스타 부럽지 않은 우리는 “인기 매니저!”
지금은 매니저 전성시대
2008-05-14 기자
매니저 전성시대다. SBS 드라마 <온에어>의 인기에 힘입어 매니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매니저까지 나타났다. 일부 매니저는 내친김에 연예계 진출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미 연예인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다. 연예인의 그림자에서 동반자로 인정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매니저들을 살펴본다.
지난 5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 정준하, 유재석, 하하, 박명수, 노홍철을 비롯해 많은 연예인들이 모였다. 최종훈씨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본명보다 ‘최코디’로 더 유명한 최씨는 개그맨 정준하의 매니저.
‘스타 매니저’ 탄생
그동안 최씨는 정준하가 고정출연 중인 MBC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수차례 등장해 재치 넘치는 말과 행동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강력한 ‘제7의 멤버’ 후보로 거론됐으며 최근엔 정준하와 케이블방송 Mnet <원더풀 데이>의 공동MC까지 맡았다. 인기를 증명하듯 최씨의 결혼식에 연예인들은 물론 수십 명의 취재진들까지 운집했다. 물론 기자회견도 열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박명수의 매니저 정석권씨도 인기인 반열에 올랐다. ‘정실장’으로 불리는 그는 ‘호통개그’를 구사하는 박명수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티격태격하며 다투는 모습으로 재미를 자아냈다. 얼마 전엔 MBC 시트콤 <코끼리>에 카메오로 출연해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엔 노홍철의 매니저가 ‘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빈번하게 등장, ‘스타 매니저’ 탄생을 기대케 하고 있다. 귀여운 외모와 엉뚱한 매력을 가진 똘이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상상이상.
정준하, 매니저 출신 연예인
<무한도전> 경쟁 프로그램인 K-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도 MC몽의 매니저 이훈석씨가 강호동을 쏙 빼닮은 외모와 끼로 시청자들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연예 관계자는 “요즘엔 인기 버라이어티 요건 중 하나가 재미있는 매니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니저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고 평했다.
최코디와 정실장처럼 스타 못지않은 사랑을 받은 매니저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인기에 힘입어 연예인으로 전업한 이들도 있다. 개그맨 정준하가 대표적.
방송국 FD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정준하는 개그맨 이휘재의 매니저로 얼굴을 알렸고 이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현재는 <무한도전> 같은 오락프로그램은 물론 시트콤,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신의 매니저인 최코디보다 먼저 스타 매니저의 길을 걸었던 셈.
속사포 같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방송인 김종석 역시 개그맨 남희석 매니저에서 연예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우연히 남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엑스트라로 출연한 김종석은 사투리와 톡톡 튀는 행동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를 계기로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며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거친 입담으로 케이블방송을 평정하고 최근엔 지상파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방송인 LJ 이주연씨 역시 본업(?)은 매니저.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매니저인 그는 지금도 매니저 역할과 방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방송인으로서 매력 갖춰
2006년 MBC 일일연속극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에서 열연을 펼친 고은애도 매니저 직함을 버리고 연기자로 나선 케이스다. 탤런트 장아영의 매니저였던 고은애는 드라마 PD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매니저들의 방송 출연이 늘고 인기를 얻는 비결 중 하나는 ‘방송의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각종 프로그램 녹화 현장을 지켜봐온 매니저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과 과정, 특징 등을 연예인 못지않게 잘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방송에 출연할 경우 일반인은 물론 신인보다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시청자들이 어떤 모습을 원하는 지도 빨리 알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담당하는 연예인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에 임한다.
한 개그맨 매니저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매니저 생활을 오래하면 방송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진다. 덕분에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방송 관계자 역시 “일반인에 비해 매니저들과 촬영하기가 훨씬 쉬운 게 사실”이라며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고 촬영에 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연예인 꿈꾸던 매니저들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실체(?)를 알고 있다는 점도 매니저가 방송인으로서 가진 매력이다. 매니저는 담당하는 연예인과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사소한 습관까지 알게 된다. 때문에 매니저가 카메라 앞에서 내뱉는 말은 재미있는 ‘X파일’이 될 수도 있다.
완벽해 보이는 스타의 빈틈과 웃고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치부를 공개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실제로 정실장과 최코디도 박명수와 정준하의 실체를 폭로해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한가지 더. 연예인 지망생 출신 매니저가 많다는 것도 스타 매니저의 탄생 원동력이다. 끼와 열정을 가진 매니저들이 적지 않아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연예인 못지않은 활약상을 펼칠 수 있는 것.
실제 ‘최코디’ 최동훈씨는 방송에서 여러 차례 “연기자가 꿈이다”고 밝혔고 ‘정실장’ 정석권씨 역시 15년 전 박명수와 함께 개그맨 공채에 응시했던 경력이 있다. 정준하 방송을 통해 “연기자가 꿈이었는데 FD로 방송생활을 시작한 탓에 멀리 돌아 왔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탤런트 매니저 A는 “나도 배우 지망생이었고 대학도 연극영화과를 나왔다”며 “매니저 중 연예인 지망생이 꽤 되는 걸로 안다.
못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데뷔를 준비하다 연예 관계자의 권유로 매니저가 되거나 매니저 일을 하면서 활동 시기를 엿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한편 매니저들의 방송활동과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스타들의 가식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과 친분이 두텁고 촬영장에 상주해 있는 매니저들이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잡힐 것이기 때문. 앞으로는 또 어떤 매니저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릴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