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완벽함 벗고 솔직함 입다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 빛과 그림자

2008-05-06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스타들이 변했다. 완벽함이나 신비함이 아닌 ‘솔직함’에 무게중심을 두고 방송에 임한다. 망가지는 건 기본 열애, 성형 등 민감한 이야기도 자발적으로 공개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토크쇼에 출연해 한결 편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 솔직함을 원하는 방송 형식에 부응해 사랑받고 있는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스타는 완벽할수록 좋다. 아름다운 외모는 기본, 심성 곱고 행동거지도 반듯해야 한다. 여기에 신비주의를 가미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분명, 이런 스타가 환영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불과 1~2년 사이에 완벽한 이미지의 연예인 못지않게 솔직한 연예인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박명수를 필두로 현 영, 서인영, 솔비, 김구라 등 많은 연예인이 꾸밈없는 모습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 발판을 만들었다.

이를 가능케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예능계에 불어 닥친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


방송, 리얼하고 솔직하게

MBC <무한도전>에서 시작된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는 예능계 전반으로 확대돼 현재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세부적인 특징은 다르지만 리얼, 즉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을 콘셉트로 잡고 연예인들의 사실적인 모습과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은 같다.

출연진들 역시 방송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솔직함’으로 승부한다.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이 대표적.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하하는 군 복무 중)의 무모한 도전기인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서로 구박하고 호통 치는 과정에서 큰 웃음이 생겨난다.

대다수 연예인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형식적인 칭찬 대신 서로에 대한 가식 없고 장난기 넘치는 평이 색다른 재미를 자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멤버들은 하찮고, 겁 많고, 먹는 데 집착하는 자신의 허물까지 드러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스타일 구겨 인기 얻다

<1박2일> 멤버들의 솔직함은 한술 더 뜬다.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 전국을 돌며 촬영하는 탓에 출연진인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김C, MC몽은 매회 까치집 머리와 눈곱 낀 맨 얼굴을 공개한다.

먹고 살기 위해 어떠한 굴욕도 마다치 않고 아무데서나 자는 등 ‘스타=화려함’이라는 공식을 깨며 웃음을 유발한다.

비록 스타일은 구겼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인정받아 <1박2일> 멤버들의 인기는 뜨겁게 치솟았다. 특히 이승기는 ‘완벽남’ 이미지 속에 숨겨뒀던 엉뚱한 면모를 선보여 ‘허당승기’라는 별명과 함께 폭넓은 팬 층을 확보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몰래 카메라 형식을 접목시켰다.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 아래 서인영-크라운 J, 솔비-앤디, 알렉스-신애, 정형돈-사유리의 신혼생활을 보여준다.(이번 주부터 알렉스-신애 커플 대신 황보와 그룹 SS501의 김현중이 투입된다)

가상 결혼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출연진의 성격과 사고방식, 뽀뽀 등의 스킨십은 시청자들에게 연예인의 실제 모습은 물론 사생활까지 엿보는 것 같은 설렘을 준다.

덕분에 인터넷에 ‘누구 커플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의문과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우리 결혼했어요>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한동안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신애는 새롭게 주목받는데 성공했다.


이효리, 가슴성형설 부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는 케이블방송에서도 뜨겁다. 현재 케이블방송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 중인 스타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이는 단연 이효리와 서인영.

이들은 각각 Mnet의 <오프 더 레코드 효리>와 <서인영의 카이스트>를 통해 소박하고 털털한 매력, 여러 가지 고민을 보여준다.

언론과 대중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고 오해를 해명하기도 한다. ‘쌩얼’ 공개는 기본이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줄만 알았던 이효리와 서인영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에 팬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효리는 <오프 더 레코드 효리>를 통해 끊임없이 제기된 ‘가슴성형설’을 직접 부인해 화제를 모았다.

병원에서 X레이 등의 검사를 받던 중 의사에게 ‘가슴성형 확인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의사가 가슴성형 여성의 진단기록과 이효리의 진단기록을 비교하며 “천연”이라고 답한 것.

서인영은 <우리 결혼했어요>와 <서인영의 카이스트>에 동시에 출연하면서 지나치게 솔직하고 명품에 집착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솔직함이 좋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앞서 연예인들의 솔직함을 끌어냈던 ‘토크쇼’의 위력도 여전하다.

<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로 대표되는 토크쇼 형태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많은 스타들이 솔직발칙한 생각을 밝히고 돌출발언으로 화제를 모은다.

그간 숨겨왔던 아픔과 고민을 털어놓고 열애와 성형, 루머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최근 DJ DOC의 이하늘은 MBC <명랑히어로>에서 데뷔 초 여자친구와 동거했던 사실을 털어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채림은 <해피 투게더 시즌3>에서 쌍꺼풀 수술을 간접적으로 시인해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링크됐다. MC몽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3년 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스타도 보통사람이네”

이처럼 솔직한 스타에게 대중이 호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연예인의 실수담과 고민을 듣고 망가진 모습을 보면서 대중은 ‘스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편안함과 공감대를 얻는다. 더 나아가 해당 스타를 이해하고 감싸 안게 된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즐겨 본다는 박찬미(여·32)씨는 “소위 외계인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묘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도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드는 이유는 보다 가까이서 연예인을 보여주기 위해서다”며 “만들어진 이미지와 연예인이라는 틀을 벗어난 스타의 평범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큰 재미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당함이 대세인 시대인 만큼 솔직함 그 자체가 스타의 매력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꾸며진 스타 이미지에 식상함을 느끼는 대중의 기호가 더해져 솔직한 연예인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분석.

탤런트 매니저는 “장동건이나 이영애 같은 최정상급 스타가 아닌 이상 더 이상 신비주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대중이 대다수 스타에게 바라는 건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친근함이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엔 신인을 데뷔시킬 때 신비주의 전략이 많았는데 요즘은 솔직하고 편안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 솔직함에도 수위 조절은 필요하다. 최소한의 여과장치도 거치지 않은 말과 행동은 매력이 아니라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 일부 연예인이 솔직함과 편안함을 넘어선 ‘막말’로 논란에 휩싸였었다. 서인영, 솔비 등 솔직당당한 스타들은 여전히 팬 못지않은 안티를 거느리고 있다.

조작된 완벽함 대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으로 인기를 얻은 스타들.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