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업 전성시대 빛과 그림자
머나 먼 대박의 꿈… 쪽박도 부지기수
2008-04-16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연예인 부업 전성시대다. 조그마한 가게 운영은 기본, 몇몇 연예인은 주식회사 규모의 사업체 CEO로도 활동 중이다. 경영이 주업이란 말까지 나오는 실정. 대박을 터뜨리는 연예인이 잇따르면서 스타 부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연예인이 부업으로 성공을 거두는 건 아니다. 실패로 경제적 타격을 입는 건 물론 이미지까지 추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이 부업에 손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인 부업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탤런트 이혜영이 성공한 CEO로서의 면모를 다시한번 드러냈다.
지난 달 27일 CJ 홈쇼핑에서 자신이 만든 의류브랜드 ‘미싱도로시’로 방송 3시간 동안 무려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
미싱도로시 출시 4주년을 기념해 ‘미싱도로시 브랜드 통합 특별전’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특히 이너웨어는 한 시간동안 5억5천만원 상당이 팔려나갔다.
이는 연예인 속옷 중 최고의 판매율로 CJ 홈쇼핑 관계자들까지 놀랐다는 후문이다.
‘스타 CEO’ 납시오!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이혜영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연예인으로서 남다른 끼를 발산한데 이어 뛰어난 패션 감각과 수완으로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
비단 이혜영만이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부업에 도전하고 있다.
과거엔 이름이나 얼굴만 빌려주는 ‘얼굴마담’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제품 개발과 생산, 판매에 직접 참여하는 ‘진짜 CEO’가 늘고 있다. 진출하는 분야도 다양해졌고 홈쇼핑과의 연계로 규모도 커지고 있다.
부업 아이템의 고전 ‘요식업’ 인기
예전부터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해온 부업은 요식업.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연예인 가운데 미식가가 많고 비교적 창업이 용이하기 때문”에 부업으로 각광받는다. 개인 취향과 능력에 따라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맡기도 하고 직접 업체를 만들기도 한다.
업체를 차려 요식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연예인은 모델 출신 홍진경이다.
2005년 김치·만두 전문업체 ‘더 만두 더 김치’를 설립한 홍진경은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홍진경 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시켰다. 현재 홈쇼핑을 통해 ‘더 김치’ ‘더 만두’ ‘더 죽’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룹 코요테 멤버 신지도 지난 해 ‘신지홈메이드’라는 식품회사를 만들고 홈쇼핑을 통해 떡갈비 등 제품을 선보여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신지는 그룹 NRG의 멤버 이성진과 ‘신성’이란 고깃집을 차려 성공 CEO 반열에 올랐다.
탤런트 선우재덕은 얼마 전 방송에서 스파게티 전문점 ‘스게티’로 성공을 거둔 과정을 공개했고, 탤런트 홍학표 역시 언론을 통해 부산에서 씨푸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욘사마’ 배용준은 일본에 한국전통음식점 ‘고시레’를 열었고 홍석천은 이태리, 태국, 중국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꾸리며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개그맨 이홍렬의 경우 홍대에 햄버거 전문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고객 유치를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금은 사업을 접었지만 박명수 역시 유명 치킨업체와 피자업체 체인점을 오픈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었다.
음식점 외에 술집도 연예인들의 사랑을 받는 부업 아이템이다.
연예인의 또 다른 인기 부업은 ‘의류 사업’이다. 이혜영 외에 모델 변정수도 의류 사업가로 성공일로를 걷고 있다.
모델 활동을 하며 쌓은 패션 감각과 실용성을 결합시킨 ‘엘라호야’라는 패션브랜드를 출시, 홈쇼핑을 통한 판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수 지누와의 이혼으로 세간에 충격을 준 김준희 역시 ‘에바주니’라는 패션 브랜드 사장이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 의류 중에서도 속옷 시장 진출이 특히 활발하다.
이혜영과 변정수는 물론 황신혜, 엄정화, 채연 등이 속옷을 만들어 여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엄정화의 속옷 브랜드는 출시 3개월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 쇼핑몰은 의류 사업에 관심을 둔 남녀 연예인 모두에게 인기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연예인 쇼핑몰은 희귀성을 인정받아 네티즌의 관심을 샀다.
하지만 지금은 ‘귤’의 김규리를 필두로 소유진, 슈, 사강, 고호경, 이희진, 최강희, 샤크라 출신 이은, 개그맨 변기수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연예인이 인터넷 쇼핑몰 CEO 직함을 가지고 있다.
요식업과 패션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연예인들의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패션 감각 살려 의류사업
가수 출신 김태욱과 개그맨 박수홍은 웨딩업체를 운영 중이고, 슈퍼모델 이소라는 뷰티와 패션, 다이어트 제품 판매를 겸한 회사의 CEO다.
옥주현이 요가센터를 운영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개그맨 김한석은 생활 식기를 만드는 도자기 업체를 차려 눈길을 끌었고 개그우먼 박미선은 꽃배달 업체를 열었다.
연예인들이 부업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흔히 연예인은 큰돈을 벌기 때문에 노후 걱정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미래 대비? 능력 표출?
일부 톱스타를 제외한 대다수 연예인이 미래를 걱정한다. 인기가 떨어지면 곧바로 출연섭외가 줄고 이는 수입저하로 이어진다. 그나마 인지도 약한 연예인은 줄어들 섭외요청도 없다.
연예인 수명이 짧아지면서 부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탤런트 매니저는 “연예인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정년퇴직도, 퇴직금도 없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일반인보다 부업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도 이 때문이다”고 전했다. 실제 이홍렬은 방송에서 “연예인은 정년이 없다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부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예인 부업 진출의 또 다른 이유는 능력 표출이다. 연예인 중엔 패션이나 예술 등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다.
특히 패션의 경우 첨단 유행을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잦다. 이혜영, 변정수, 엄정화 등 의류 사업에 진출한 연예인 대다수가 패션리더란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일반인 사업체보다 성공에서 우위를 점한다. 인지도와 공신력 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사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단숨에 주목 받기 마련.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박모(여·30세)씨는 “우리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도 쇼핑몰 이름 알리기도 힘든데 연예인 쇼핑몰은 오픈과 동시에 인기몰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면 허탈하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모든 연예인이 부업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대박을 터뜨린 연예인이 부각돼서 그렇지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탤런트 이의정의 경우 사업 실패로 무려 16억원의 빚을 졌었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입은 손해였다. 다행히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 쇼핑몰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홍렬 역시 현재의 햄버거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전 엔터테인먼트, 노래방, 애완용품 산업 등 여러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공개했다. 연예인 인터넷 쇼핑몰 중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상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인 부업은 금전적 손실을 넘어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업상 문제가 생기거나 제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잘잘못을 떠나 연예인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인 것.
지난 3월 개그우먼 이경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식품회사와 관련해 수억 원대의 소송에 휘말린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경실이 운영하는 회사가 지난 2월 갈비 납품업체를 상대로 5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납품업체 역시 이경실 회사 측에 3억5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맞소송이 벌어졌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이 소송에 휘말리면 괜한 오해를 사기 마련이다”며 “이번 일로 이경실씨가 이미지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연예인 속옷 브랜드에 근무하는 A씨도 “제품에 불량이 있으면 업체가 아니라 해당 연예인을 비난한다. 연예인 CEO의 경우 사소한 일로도 욕을 먹기 십상인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과 문화 발달로 대중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제 아무리 스타가 만든 음식점과 의류라도 ‘맛’과 ‘멋’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이를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업을 준비하는 연예인들에게 “철저한 사전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력 없인 성공 없어
부업에 성공을 거둔 연예인들의 공통점이 철저한 준비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사업에 관여하는 적극성이라는 것.
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부업. 하지만 무턱대고 시작하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름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연예인들은 기억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