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家 사전에 ‘인간 취급’이란 없다

최순실 일가의 ‘막장’ 가족 이야기

2016-12-09     권녕찬 기자

최순실 딸 ‘정유라-신주평’ 관계에 조폭 동원

낙태 강요에 ‘손 빌릴 생각 마라’ 각서도 작성

‘들어가면 당한다?’ 최 씨 일가 소유 빌딩은 ‘파리지옥’

최 씨 측근 고영태, 청문회서 “최순실, 사람 취급 안 해”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뉴스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진다.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는 대한민국을 ‘막장’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조폭 동원, 폭언, 갑질 등 그의 막장 행태는 가족문제에 관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 씨와 그 일가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남친이 마음에 안 든다며 헤어질 것을 강요, ‘주먹’을 찾고 낙태를 강요하는 등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일요서울]은 최 씨 일가의 막장 행태를 들여다봤다.

딸 정유라에 대한 최 씨의 애정은 남달랐다. 최 씨는 비선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흔적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는데, 딸 정유라의 승마와 관련된 일이 있을 경우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또 정유라의 청담고·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 씨는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씨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딸에게 관용을 베풀어 달라”며 호소했다.

딸과 남친 떼어 놓으려 ‘주먹 보스’ 찾아가 요청

하지만 그의 애정이 지나쳤을까. 최 씨는 딸의 연애 문제에 충고를 넘어 ‘힘’을 동원하려 했다. 조직폭력배의 손을 빌려 딸과 연인 관계에 있던 신주평 씨를 처리(?)하려 한 것이다. 폭력조직 간부 A씨는 최 씨를 만나 그의 제안을 직접 들었다는 내용을 한 언론에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한 굴비 음식점에서 최 씨와 그의 언니 최순득(64)씨를 만났다. 당시 명품으로 치장한 이들의 언행은 거침이 없었다고 A씨는 떠올렸다. 모임은 A씨의 지인의 소개로 이뤄졌다. 그는 “오랜 지인이 한 번만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해 만났다”며 “처음엔 누군지 전혀 몰랐다.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딸한테 붙은 남자 좀 떼어내 달라.” 최순실 씨는 이 자리에서 이 같이 밝히며 “딸이 집을 나가 서울 신림동 근처에서 남자 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는데 한 달에 2000만 원도 넘게 쓰면서 속을 썩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뭘 해도 헤어지게 할 방법이 없으니 당신이 떼어내 달라”고 요청을 했다. 폭력 조직 간부 A씨는 ‘내가 무슨 심부름센터 직원도 아니고…’라고 생각하며, 소개한 지인의 체면 때문에 그 자리에서 거절은 못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자리를 나왔다고 했다.

이후 A씨는 지인을 통해 “가족문제에 끼어드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당시엔 최 씨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 나더러 도와주면 큰 사례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 일이나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깡패나 건달도 명분이 있어야 주먹을 쓴다”고 밝혔다.

A씨는 최씨 자매에 받은 인상도 언급했다. 그는 “최순실 씨 사건이 불거지고, TV에서 최 씨가 방송사 카메라를 사납게 밀치는 장면을 봤는데, 내가 받은 느낌이 딱 그랬다”고 설명했다.

자녀 애정 문제를 ‘어깨’에 도움을 청한 것은 최순실 씨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의 언니 최순득 씨도 그의 딸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와 교제하던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건달’을 시켜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 씨의 남자친구가 자신을 뒤따르던 건달을 붙잡아 추궁하니 “어머니(최순득)로부터 300만 원을 받고 했다”며 실토했다고 한다.

‘최순실-조폭’ 연관설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이 불거질 당시 최 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한 언론에 “최순실은 실제로 한국의 조폭들을 관리하거나 거느리고 있으며, 자기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에게 조폭들을 동원해 철저히 복수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밝힌 바 있다. 김모(여)씨는 과거 최 씨의 강남 모 빌딩에 입점해 의류사업을 했고, 당시에는 절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라의 연인 신주평은 누구

지난달 공개된 최 씨 관련 사진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는 당시 묘연했던 최 씨 등의 행방이 독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사진은 최 씨가 독일에서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매입한 후 딸 정유라와 지인들과 함께한 개업 파티 모습이 담겨 있다.

최 씨의 국정 농단 파문으로 나라가 들썩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파티를 열고 있는 모습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비난과 함께 정 씨의 연인 신주평 씨에 대한 관심도 함께 일었다. 사진에 찍힌 여러 남성 중 한 명이 신 씨라고 지목된 것이다. 무엇보다 최 씨가 한 아기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찍혀 신 씨에 대한 이목이 집중됐다.

정유라 씨는 과거 자신의 SNS를 통해 신 씨와 자신이 결혼했으며, 아이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 씨가 재벌그룹 롯데 신(辛)씨 가문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신 씨는 롯데가(家)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의 행적은 최근 월간조선의 보도에 의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신 씨는 2014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S고를 졸업했고, 집안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업성적도 뛰어나지 않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취업반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는 한때 승마에 몸을 담았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경기도 과천 경마장 주변 승마업계에 따르면 그는 정유라가 타는 말의 마필관리사 같은 역할을 했는데 사실 그에겐 마필관리사 자격증이 없었다.

신 씨는 연인 정유라의 ‘수족’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순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한 승마업계 관계자는 “얼굴이 곱상한 데다 정유라에게 너무 순종적이어서 목이 마르다고 하면 금방 물을 떠다 바치고 말똥을 깨끗하게 치우는 등 수발을 잘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은 이런 신주평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승마장에서 용돈을 바닥에 던지면 주평이가 주워 담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 씨, “최 씨 일가, 낙태·이별 강요” 폭로

그동안 한 번도 언론에 직접 등장하지 않았던 신 씨는 지난 5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 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최 씨 일가가 정 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라는 강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9월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인의 소개로 정 씨와 교제를 시작했다는 그는 “얼떨결에 아이를 가지게 된 후부터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최순실 씨가 딸의 임신소식을 듣고 언니인 최순득 씨, 조카 장시호 씨 등과 함께 아이를 지우고 헤어질 것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우리 부모님과 누나, 그쪽은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 그분이 나와서 얘기를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눴는데 아기를 지우자는 말밖엔 없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이후 신 씨는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 최순실 일가에 손을 빌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다짐서’도 썼다고 했다. 그는 “최 씨 등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해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각서를 써서 장시호 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특히 신 씨는 장시호 씨의 ‘안하무인’적 행동에 당혹감을 표하기도 했다. 아이 출산 직전인 지난해 4월, 장 씨는 양육 문제를 의논하자며 신주평 씨의 누나를 제주도로 불렀다. 장 씨는 정유라, 신 씨 부부와 누나가 모인 자리에서 집안의 금전적 지원을 끊겠다고 밝혔고, 세 사람이 장 씨의 독단적 결정에 반대하자 최순실 씨가 신 씨의 누나에게 끊어준 서울행 비행기표를 돌연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장 씨의 막무가내식 행동은 최순실 씨도 당황시켰다고 한다. 신 씨는 “장시호가 마음대로 취소해서 유라 어머님(최순실)도 당황하고 그러셔서 급한 대로 어떻게든 표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 씨의 언행은 장 씨의 주변 지인들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이들이 최근 언론에 증언한 내용에 따르면 장 씨는 예전에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조폭을 보내는가 하면, 헤어진 남자친구 부모의 집에 건달을 보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신 씨는 자신을 둘러싼 소문과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공개된 독일에서의 사진에 대해 “이미 그때는 아내 정유라와 잦은 다툼으로 결별한 뒤”라며 사진 속 남자는 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실 씨가 자신과 정유라와의 관계를 끊기 위해 조폭을 동원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최 씨 가족의 ‘갑질’

최 씨 일가의 갑질에 대한 폭로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최순득 씨 가족이 소유한 빌딩의 한 임차인은 이들의 횡포를 세상에 고발했다. 임모(49)씨는 한 언론에서 최 씨의 딸 장시호 씨의 결혼식에 안 갔다는 이유로 임대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사실상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최순득 씨의 남편 장모(63)씨가 소유한 빌딩에 들어가면 당한다는 ‘개미지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임 씨는 “2006년 어머니가 심장수술을 해 장 씨 결혼식에 못 갔더니, 최 씨 측이 이후 재계약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했다”며 “결국 괘씸죄에 걸려 빌딩에서 내쫓기듯 나와야 했다”고 밝혔다. 또 “최 씨 부부가 전기, 수도를 끊은 데 이어 지하층 출입구를 쇠사슬로 폐쇄했다”며 “주점 내 테이블 등 집기도 건물 내 다른 사무실로 옮겨버렸다”고 설명했다.

그간 언론 보도를 통해 이들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졌다면 최근에는 이에 대한 증언이 ‘공식석상’에서 나왔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는 지난 7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감사 2차 청문회에서 최 씨에 대해 ‘사람 취급 안 하는 사람’으로 못 박았다. 그는 “최순실을 존경하고 좋아하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라며 “최 씨가 모욕적인 말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간 취급을 안 하는 행동을 많이 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이번 국정조사 청문회는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국회는 최순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들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들이 끝내 불응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이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한편, 추가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들을 국민 앞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