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새누리당 친박 비박 ‘마이웨이’ 선언

2016-12-09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12월9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이 정지됐다. 청와대는 일단 ‘수용’의 뜻을 밝혔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을 기각시켜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데 전념할 전망이다. ‘탄핵 핵폭탄’을 맞은 새누리당은 자중지란이다. 비박계는 친박계에게 정계은퇴 압박까지 할 태세다. 반면 친박계는 탄핵 찬성파인 비박계가 나가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헌재의 심판이 나오기 전이라도 박 대통령의 ‘하야’나 ‘조기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압박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바야흐로 ‘포스트 탄핵’, ‘포스트 박근혜’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탄핵→권한 대행→탄핵 심판→조기 대선
- 문재인·반기문·제3후보·친박후보 4자구도

# 장면 하나. 청와대, ‘자진 탈당. 그러나 끝난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월6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탄핵이 가결돼도 담담하게 간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등 정면 승부 의사를 밝혔다. 헌법재판소 심판에 모든 것을 걸고 탄핵안을 기각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과 함께 탄핵 심판까지 받아야 하는 박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당에서 제안한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 당론도 취소됐고 ‘자진 사퇴’할 명분도 사라진 상황에서 탄핵 심판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탄핵을 당한 만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탈당할 공산도 높아졌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이상 이를 접수한 헌재는 최순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대통령과 공모 관계를 확인 할 계획이다. 특검 수사가 끝나면 수사 기록도 건네받아 검토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 검사 역할은 새누리당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이 맡게 됐다. 권 의원은 검찰, 법원, 헌재 등 각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로 대리인단을 꾸릴 예정이다. 박 대통령 역시 이에 맞서기 위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릴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기춘 법사위원장은 소추위원을 맡아 변호사 67명을 대리인단으로 꾸렸다. 노 전 대통령 측 역시 문재인 당시 변호사 등 10명의 대리인단으로 맞섰다.

통상 헌재는 180일내에 최종 결론을 내야 하지만 훈시 규정에 불과하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두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화문 촛불집회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높아 헌재도 시간을 끌 여지가 낮다.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탄핵 심판도중 ‘자진 사퇴 담화문’을 발표할 수도 있어 변수가 많다. 청와대 기류는 ‘탄핵심판’이라는 불명예 퇴진보다 여전히 명예로운 퇴진을 기대하고 있어 여야 합의 속에 자진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 가결에 따른 새누리당은 망연자실의 상황에 직면했다.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던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된 만큼 비박계로부터 친박계의 집단적 폐족선언을 강요당할 공산이 높다. ‘대통령 순장조’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김진태, 이장우, 조원진 의원과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이 대상이다.

# 장면 둘. ‘서로 나가라’며 등 떠미는 한지붕 두가족

또한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태세고 안 될 경우 출당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친박 주류는 ‘대통령 스스로 나가게 하자’는 분위기로 상반된다. 새누리당 친박계 한 핵심인사는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당까지 비박계에 넘겨줄 수 없다”며 “탄핵안에 반대한 의원도 56명이 되는 만큼 나갈 거면 탄핵 찬성파가 나가야 한다”고 호전적인 자세를 보였다.

특히 이 인사는 “김무성, 유승민, 황영철, 장제원 의원 등 대표적인 탄핵 찬성파와는 당을 함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지키고 당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친박계와 비박계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되면서 집단 탈당이나 분당보다는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쇄신 방안도 다르다. 친박계는 최고위, 의총, 전국위를 소집해 당의 리모델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비박계는 당 해체와 보수대연합으로 재창당하자며 맞서고 있다. 친박 비박 간 탄핵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친박계 정계은퇴와 인적 청산’과 탄핵 찬성파인 ‘비박계 축출’ 등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 1월중 귀국을 예고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가 여권 발 정계개편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를 할 경우 현 새누리당과는 함께하기보다는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이 귀국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공산이 높다. 또한 대통령 중도 사퇴선언이나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에도 여권발 정계개편은 이뤄질 공산이 높다.

# 장면 셋. ‘조기대선’ 준비하는 文, ‘반문’세력 규합하는 安

야권은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만들어준 민심에 따라 이번 탄핵안 통과로 그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를 동력삼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있다.

문 전 대표는 ‘탄핵 가결후 대통령 즉각 사임’을 주장했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로선 조기 대선을 치르면 당선될 공산이 매우 높은 현실이다. 사실상 탄핵정국의 대선주자로서 최대 수혜자는 문 전 대표다.

특히 조기 대선이 4월에 치러질 경우 유력한 경쟁자인 반 총장의 대선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유리하다. 하지만 6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문 전 대표로선 나쁠 게 없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 정국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재명 성남시장이 탄핵정국에 문 전 대표 경쟁자로 부상해 안 전 대표보다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에서는 탄핵 정국에서도 반문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대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멨다. 박 원내대표는 12월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탄핵안이 가결돼도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요구는 문 전 대표 혼자 하는 말”이라며 “문재인 때문에 선총리 선출 문제도 해결 안 됐고 개헌 얘기도 일체 안 됐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는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의 간사격인 황영철 의원도 가세했다. 황 의원은 “문 전 대표가 탄핵 통과 후에 대통령 하야까지 다시 언급한 것은 국민들을 대권 놀음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거들고 나섰다.

국민의당과 비주류의 반문재인 공조는 향후 탄핵정국에 벌어질 제3지대 정치세력화에서 함께할 수도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반기문 신당 창당설과 함께 제3지대 정치세력화 역시 조기 대선 정국에 변수로 떠오를 공산이 높다. 탄핵 과정에서 힘을 얻은 비박계와 야권 내 비문계, 남경필, 손학규, 이재오, 정의화 등 여야 탈당파가 주축이 되고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당까지 가세할 경우 해볼 만 하다는 시각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 문재인, 제3지대 후보, 그리고 신당 반기문, 친박당 후보 4자 구도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