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섹스앤 더 시티’

2007-10-24      
/ 어깨너머의 연인

거침없는 여인들의 솔직한 연애담

정완(이미연)과 희수(이태란)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정완이 연애를 선호한다면 희수는 결혼을 선호한다. 직업관도 달라 포토그래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정완과 달리 희수는 돈 많은 남편의 품에서 편안한 생활을 영위한다. 그렇지만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다르지 않다. 쿨할 수만 있다면 유부남과의 연애도, 남편의 외도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문제는 그들의 생각과 달리 쿨하지만은 않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뉴욕에 캐리와 사만다, 샬롯과 미란다가 있다면 서울엔 정완과 희수가 있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라 할 만한 <어깨너머의 연인>은 사랑을 주제로 펼쳐지는 서른두 살 동갑내기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영화다.

유이가와 케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이언희 감독은 게이나 원조교제와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가지치기한 채 두 주인공의 소비지향적인 연애와 결혼에 눈을 모은다.

영화 초반 눈길을 사로잡는 건 ‘된장녀’ 정완과 희수가 펼치는 화려한 소비생활이다. 영화는 이미 1년 전에 완성됐지만 유행에 뒤처져 보이지 않는 건 여전히 외양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한국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영애의 CF로 재구성한 하루를 보듯 이들의 캐릭터는 인품, 성품과 같은 성격이 아닌 강남의 45평 아파트와 브런치, 기백만원을 호가하는 루이비통 핸드백으로 규정된다. 생활을 유행처럼 소비하는 이들에게 ‘인륜지대사’인 연애와 결혼 역시 자신을 치장하는 한낱 패션에 불과하다.

주변의 눈길에 아랑곳없이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즐기는 정완이나, 남편이 새파란 대학생과 바람을 피워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
는 희수에게 연애와 결혼은 단지 트렌드에 무임승차하는 목록 중 하나다.

이런 세계는 한 마디로 ‘쿨’함으로 집약된다. 쿨 함은 본능적이라기보다는 조건반사적이다. 두 주인공의 쿨 함 역시 다르지 않아서 부자연스러울 뿐더러 더더욱 진심의 발치에는 다가서지 못한다.

이에 집착할수록 그녀들의 사랑은 진창에서 헤어날 줄 모르니, 영화는 그런 모습이야말로 진심이 깃든 사랑의 편린이라는 듯 목소리를 높인다.

가벼운 쿨 함을 옹호하지 않지만 이언희 감독은 스스로 진심 어린 대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연애를 옹호하는 여자와 결혼을 옹호하는 여자라는, 칼로 무 자르듯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 설정, 이를 통해 자아도취에 빠진 듯 자극적인 대사로 일관하며 사랑의 의미를 모색하는 탓에 삶의 공기가 진하게 묻어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