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생활 경찰 정도만, 강도짓도 정석으로…

2007-10-17      
/ 바르게 살자

지방 소도시의 교통순경 정도만(정재영). 융통성이라곤 0%의 바른생활 사나이다. 원래 강력계 형사였으나 지사가 연루된 비리 사건을 원칙대로 조사하다 좌천된 신세다.

교통순경으로 일하면서도 타협을 모르는 깐깐함은 여전하다. 부임 첫날 출근하는 경찰서장(손병호)에게 딱지를 뗀다.

하루빨리 실적을 내 지방에서 벗어나려는 서장은 연쇄 은행강도 사건이 터지자 이벤트성으로 모의훈련을 제안한다. 강도 역을 고집불통 정도만에게 맡긴 것이 문제의 발단.

진짜처럼 하라는 서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정도만은 철저한 사전준비로 특수기동대까지 무력화시키며 살벌한 인질극을 벌인다. 이 내용이 TV로 중계되면서 상황은 점점 커진다. 모의강도 훈련은 고지식한 ‘정도만’ 때문에 진짜 뺨치는 인질극이 돼 간다.

사실 영화의 주제는 ‘정도만’이라는 이름과 영화 제목에 다 담겨 있다. 정도만은 비타협·원칙주의자, 혹은 시쳇말로 ‘꼴통’ ‘또라이’ 캐릭터다. ‘바르게 살자’란 교과서처럼 바르게 사는 이가 오히려 손해보고 바보 취급을 받는 현실에 대한 패러디다.

그러나 주어진 명령에 충실한 ‘꼴통’ 경찰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정련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바르게 살기’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대충주의·편법주의· 봐주기에 맞서는 것은 틀림없지만, 한편으론 명분과 구두선에 집착하는 근본주의·순혈주의와도 묘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