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세상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2007-10-11
“노이즈 오프(Noise Off)!”
무대 뒤에서 연출가가 일체의 소음을 중단하고 막을 올리라는 신호를 보내면 연극 <노이즈 오프>가 시작된다.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는 또 한 명의 연출가가 있다. 극중 배역으로서의 연출가다. 어쨌든 그 역시 “노이즈 오프!”를 외치고 무대 위에는 또 다른 연극 <나씽 온>이 시작된다.
불쑥 찾아간 서울 광장동의 연습실에서는 말 그대로 리얼한 무대 뒷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대본에 있는 내용이고 실제인지, 때때로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노이즈 오프>가 보여주는 무대 뒷모습은 대충 이런 식이다. 무대 앞에서 연기하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주인공은 얼굴이 노래질 때까지 꾹 참다가 무대 뒤로 돌아오자마자 체면도 집어던진 채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남성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섹시한 여배우는, 무대 뒤에서 지저분한 소품 더미에 기댄 채 흐트러진 자세로 대본을 암기한다.
무대 뒤 환경은 말 그대로 엉망이다. 세트 뒷면은 페인트칠도 안 되 있을 뿐더러, 간혹 망치질 하다가 만 못조각까지 튀어나와 있다. 여기저기 배우들이 벗어 던진 의상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생수병을 비롯해 각종 쓰레기가 뒹군다. 공연 도중 스태프가 세트를 움직이다가 망가지면 임시방편으로 대충 덧대어 놓고 극을 진행하기도 한다.
연출가는 동분서주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무대 위의 한 배우가 자꾸 대사를 잊어 버려 장면을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조명, 세트 이동, 배우 입장 등 정확하 맞아 떨어져야 할 사인이 죄다 어긋나 버린다. 스태프들 간에 다급한 외침과 함께 거친 욕설이 오가고 무대 앞에서는 배우들이 애드리브로 위기를 모면한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공연 중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막이 올라간 뒤 무대 뒤로 돌아가 보면, 수면 위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면서 수면 아래에서는 정신없이 물갈퀴질을 하는 백조의 모습 그대로다.
관객들은 공연장에 입장할 때부터 스태프라고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이 모든 상황을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대하게 된다. 세트는 막이 바뀔 때마다 180도 돌아가면서 같은 상황에 무대 앞·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비교해 보여준다.
공연기간: ~ 11월 11일
공연장소: 서울 동숭아트센터
티켓가격: 3만 ~ 4만원
공연문의: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