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춤추는 발레, 고정관념을 깨다
2007-08-14
발레가 발칙해졌다. 발끝으로 서서 예쁘고 도도한 표정만 짓던 발레리나가 우당탕탕 달리기도 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거나 이른바 ‘썩소(썩은 미소)’를 날리기도 한다. 발레 특유의 절제미 대신 풍부한 연기가 강조돼 마치 연극 같은 느낌이 든다. 매튜 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와 비슷하지만, 노래 가사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등 전혀 새로운 면도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는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발레뮤지컬 심청>은 발레에 대한 고정관념을 또 한번 깨는 작품이다.
작품과 관련, 유니버설발레단은 “스토리와 상관없이 춤자랑이 계속되는 발레가 아니다”며 “마임과 춤을 적절히 섞어 스토리 전달력을 높인, 전혀 새로운 발레”라고 말했다.
이어 유니버설발레단은 “<발레뮤지컬 심청>을 통해 발레에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그동안 발레를 어렵고 재미없게 여겼던 이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고전발레의 러닝타임이 보통 150분 가량인데 비해 이 작품은 러닝타임을 100분으로 줄여 지루함을 덜었다. 배경은 현대적으로 바꿔 명확한 시공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막이 오르면 병실 침대 위에 시력장애를 지닌 소녀가 앉아 있고, 소녀의 아버지가 머리맡에서 <심청>을 읽어준다. 소녀가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드디어 <심청>이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는 소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
극중 극 형식을 도입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원전에 없는 줄거리와 인물도 대폭 추가했다. 3000냥을 시주하면 눈을 뜨게 해준다고 심 봉사를 꼬드기는 사기꾼 시주승과 자신의 무병장수를 위해 토끼를 사육하는 용왕, 왕자병에 걸린 용왕자 등은 새롭게 해석된 인물. 심청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는 뱃사공인 초공은 새롭게 창조된 인물이다. 원전에서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던 용궁 장면이 별도의 막으로 화려하게 되살아나 볼거리가 늘기도 했다.
한편, 판소리와 사물놀이, 뮤지컬과 오페라가 혼합된 음악도 눈에 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국립오페라단 주역가수 오승용, 국립창극단 남상일 등이 녹음에 참여했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심청 역할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인 황혜민과 강예나가 맡았다.
공연기간: 8월 16(목) ~ 26일(일)
공연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공연시간: 평일 4시30분, 8시/ 주말 2시, 5시30분
티켓가격: R석 28만원/ S석 16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