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없는 그들과 싸워야 했다”

2007-06-28      
/ 검은 집

검푸른 기운으로 서늘한 공포를 만들어낸 <검은집>은 빈틈은 있으되 스릴러의 강약은 갖췄다는 점에선 눈길을 받을 만하다.

보험조사원 전준오(황정민)는 업계의 신참이다. 어느 날 “자살해도 보험금이 나오나요?”라는 전화를 받고는 “나올 수도 있지만 가족에겐 큰 상처가 남는다”며 규정상 금지돼 있는 개인 상담을 해주고 만다. 그에겐 어린 시절 동생이 자살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자신을 지목해 불만을 접수해달라는 고객 박충배(강신일)의 방문 요청을 받은 준오는 그 집을 찾아가 끔찍한 일을 경험한다. 박충배의 어린 아들이 천장의 형광등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것이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아버지 박충배가 오열하는 대신 준오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것.

경찰은 아이의 죽음을 자살로 판정하지만 준오는 박충배가 심히 의심스럽다. 곧 박충배의 아내 신이화(유선)의 고액보험 가입사실을 알게 된 준오는 그녀가 새로운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겠다고 결심한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인간과 사물, 공간에 대한 불쾌한 분위기와 악취를 눈으로 읽고 감각으로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한국판 <검은집>은 훨씬 스릴러적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공포스릴러의 형태를 띠면서 스릴러에 방점을 찍고 원작의 스토리와 설정을 90% 가져왔다.

영화 속 주인공 준오는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보험금을 타내려고 병원에 드러누운 ‘나이롱’ 환자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양심에 호소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그가 “아니, 사람이 어떻게….”라고 말할 때마다 그 보편적인 인간의 믿음을 배반하는, 인간이 한 짓이라곤 볼 수 없는 살인이 일어난다.

<검은집>엔 섬뜩한 긴장감이 차지하고 있는 순간이 여럿이다. 조금 전까지 문틈에 끼여 있던 전단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누군가 침입한 흔적을 드러내는 준오의 아파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듯했으나 무시무시한 소리를 담고 있는 30개의 응답전화기 메시지, 오래전 낡은 목욕탕을 개조한 집으로 설정돼 있는 박충배와 신이화의 ‘검은 집’ 지하실의 끔찍한 풍경 등 노력한 기운이 역력하다.

특히 후반부 ‘검은 집’ 지하 공간에서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여자친구 미나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달려간 준오가 ‘검은 집’ 1층에서 통로로, 지하실에서 다시 그 아래의 공간으로 썩은 내를 맡아가며 내려가 미나를 데리고 다시 올라오기까지 살인마와 벌이는 사투는 예상을 뛰어넘어 아슬아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