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도 ‘선행’되어 돌아오는 훈훈한 마을
2007-06-28
/ 1번가의 기적
유지비도 없지만 ‘가오’ 때문에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필제(임창정).
철거 전문 깡패인 그는 어수룩한 똘마니를 데리고 재개발 대상지인 청송마을에 도착한다. 필제는 보스에게 사흘 안에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호언하지만 처음부터 뜻대로,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 없다.
약 오르고, 독 오른 마을 사람들이 덤벼드는 통에 필제는 외려 도망 다니기 바쁘다. 어찌 하다 보니 임무는 뒷전. 필제는 지구를 수호하겠다는 엉뚱한 꼬맹이들에게 시달리게 되고, 게다가 사내인지 계집인지 모를 복서 명란(하지원)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등 원치 않게 마을 반장 노릇을 하게 된다.
예상하듯이, <1번가의 기적>은 진흙탕 세상에 휩쓸려 살아온 한 남자가 오지나 다름없는 마을에 발을 딛게 되면서 순한 양으로 교화한다는 줄거리다. 청송마을에 당도한 필제 또한 놀라운 기적의 상황을 경험한다.
그가 저지른 악행은 어찌 된 일인지 이 마을에선 선행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제 잇속을 위해 필제는 자신이 방송사 기자라며 거짓말을 하고 윽박지른 결과, 철거 직전의 청송마을에는 수도물이 콸콸 쏟아지고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다. 청송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슈퍼맨’이다.
<1번가의 기적>은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기보다 캐릭터들에게 고루 역할을 분배해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극중 청송마을 사람들은 임창정, 하지원이 맡은 중심 캐릭터를 빛내기 위해 잠깐 소비되는 조연들은 아니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툭툭 내뱉는 아역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