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없는 뮤지컬? 긴장감으로 채운다
2007-06-28
조명을 제외한 설치물이 최대한 배제된 무대 위에 덩그러니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잠시 후 다른 모든 소리, 심지어 박수 소리마저 차단된 채 비장한 피아노 선율이 생음악으로 연주된다. 낯설음에 갸우뚱 하는 순간 객석은 조용하다. 불이 켜지
자 출연 배우는 단 두 명, ‘그’와 ‘나’ 뿐이다.
뮤지컬 ‘쓰릴 미’는 여러모로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다. ‘뮤지컬’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당연하게 떠올리는 화려한 무대와 춤은 전혀 볼 수 없다. 이야기를 제외한 다른 것은 철저히 배제되는 미니멀리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단 두 명의 남성 배우가 이끌고 가는 잔인한 사건 전개에만 모든 것이 집중되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심리극이다.
극의 소재가 되는 동성애 관계의 두 법대 졸업생이 벌이는 납치살인사건은 192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실제 벌어져 전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실화다. 이 사건은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의 최후변론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유명한 문구로도 유명하다.
명문가에서 자란 20대의 엘리트 청년인 ‘나’와 ‘그’는 제목처럼 그저 스릴을 좇아 어린아이를 유괴하고 살인을 저지르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기억으로 회귀시키는 역할을 맡은 ‘나’의 독백은 중간중간에 복선을 깔면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뮤지컬 ‘쓰릴 미’의 묘미는 두 남자 배우 사이의 관계에서 불러오는 팽팽한 긴장감이다. 류정한과 김무열, 최재웅과 이율의 서로 다른 캐스팅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다.
류정한-김무열 캐스팅의 경우 조승우, 오만석과 함께 ‘뮤지컬 3대 천황’으로 불리는 류정한이 ‘나’로 분해 농익은 연기력과 성악 전공자다운 빼어난 노래 솜씨를 선보인다. 반전의 열쇠를 쥔 ‘그’ 역을 맡은 김무열은 이 작품을 통해 스타로 등극했다.
김무열의 연기를 보기 위해 공연을 열 번씩이나 보는 여성팬들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지하철 1호선, 그리스 등 굵직한 작품에서 단련된 최재웅과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이율의 연기도 볼 만하다.
공연기간: ~ 7월 22일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마당
공연시간: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 7시/ 일 오후 2시, 5시/ (월쉼)
티켓가격: 4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