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넘치는 가족 이야기

2007-05-23      
가족의 탄생

<가족의 탄생>은 호기심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영화 초반에 학생들 상대로 분식집을 하며 살아가는 미라는 군에서 제대한 후 5년간 기별이 없던 남동생의 연락을 받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차리고 그를 기다리는 미라는 곧 닥칠 가족상봉에 가슴 벅차지만 감격적인 재회를 기대하던 미라에게 나타난 동생 형철은 어머니뻘의 여자를 아내라고 소개하며 데리고 들어온다. 염치라고는 없는 동생도 그렇지만 그 곁에 붙어 있는 무신이라는 이름의 그 여자도 한심스럽다. 마냥 대책 없어 보이는 무신에게서 미라가 조금씩 그늘을 보게 되는 것이 그 두 여자의 우정의 시작이다.

이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비슷한 경로를 따라 전개되는 두 여자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담하고 분방한 듯이 보이는 관광 가이드 선경은 유부남과 연애에 빠져 아이까지 낳아 기르는 엄마가 한심스럽다. 엄마가 찾아와도 아예 상대도 하려 들지 않는다. 엄마의 애인이 찾아와 엄마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그런 선경의 식은 애정은 점화되지 않는다. 아예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해 이 땅을 떠날 준비를 하는 선경은 무슨 심산인지 자꾸 엄마의 옷가게를 찾아가 괜히 이런 저런 트집을 부리며 거듭 싸움을 건다. 그 과정에서 선경도 엄마의 그늘을 전보다 더 많이 보게 된다.

이 두 단락을 묶어주는 것은 영화 초반에 기차에서 만나 인연을 시작하는 젊은 남녀 경석과 채현의 연애담을 묘사하는 세 번째 단락에 이르러서다. 대충 예상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두 단락을 묶어주는 완결성을 마침내 드러내는 대목에서는 가벼운 탄성까지 나온다. 구성의 절묘함 탓도
있지만 이게 관객의 시점을 절묘하게 대표하는 경석의 심리상태에서 끌어낸 감정의 서술결과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