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구씨네, 이 가족이 수상하다?!

2007-05-10      
금주의 DVD 구미호 가족

구미호를 소재로 한 코미디 뮤지컬 <구미호 가족>은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얼굴마담으로 나선 것도 아니고, 제작비로 승부를 걸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결코 작지도 초라하지도 않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주현, 박준규, 하정우, 박시연 등이 만들어내는 뮤지컬 넘버에서 파생되는 아쉬움만 잠시 잊을 수 있다면 <구미호 가족>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뮤지컬 영화로서 유쾌함이 묻어 있는 수작이다. 개연성 있는 웃음의 요소가 웬만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구미호 가족>은 근 30년 만에 한국에서 제작되는 뮤지컬 영화다. 한국 영화계에서 한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던 장르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형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뮤지컬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뮤지컬이 전부가 되는 영화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구미호 가족>이 품고 있는 내용은 사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탈을 쓴 구미호 가족이
비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특유의 감각으로 녹여낸 감독의 기량이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엉뚱하고 훌륭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인간의 본성을 재미있게 희화한 부분에 있다.

현실과 판타지의 교차를 통해 뮤지컬 장면을 보여주는 스토리 구성도 흥미롭다. <구미호 가족>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그 어떤 경계도 긋지 않고, 그 사이를 오가면서 분주하게 해피엔딩을 맞는다. 얼핏 봤을 때 진지함을 찾을 수 없는 이 영화의 표면 뒤에는 블랙 유머로 비틀어진 슬픔과 상처가 있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뮤지컬 영화는 노래와 춤이 대사와 액션을 대신하는 방식을 따른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구미호 가족>은 그간 알고 있던 뮤지컬 영화의 정형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이형곤 감독은 구미호 가족이 처한 현실을 심각한 시선이나 거창한 주장을 덧입혀 이야기하려는 우려를 범하지 않았다. <구미호 가족>으로 장르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 영화계는 제법 괜찮은 뮤지컬 영화 한편을 갖게 되었다. 행복한 웃음이 뭔지 아는 이 흔치 않는 뮤지컬 영화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