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아버지의 느와르가 펼쳐진다

2007-04-13      
금주의 영화 우아한 세계

한재림 연출,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는 ‘생활 느와르’라는 신선한 장르를 표방해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은 영화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밖에서는 무서운 조폭이지만 집에서는 마누라와 자식 눈치 보기에 바쁜 아버지 ‘인구’ 역할을 맡았다. ‘인구’는 자식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이유로 무시한다.

무려 9년 만이다. 자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영화 <넘버 3> 이후 그는 무수한 조폭 연기 제의에도 불구, 조폭 역할을 정중하게 거절해왔다. 그랬던 그가 <우아한 세계>에서 조폭 연기를 펼친다.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그건 아니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송강호가 <우아한 세계>를 선택한 이유는 한재림 감독의 두 번째 영화라는 점에 있었다.

<연애의 목적>의 한재림 감독에 대해 송강호는 “작품 선택 능력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한결같이 뛰어난 감독들을 만났고 그래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작용해서 <우아한 세계> 시나리오 탈고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의 입장도 들어보자. 한재림 감독 또한 배우 송강호에 대해 “배우로서 평가한다기보단 나에겐 대학 때부터 존경하는 선배이다. 같이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송강호 선배가 워낙 소탈한 성격이라 술도 마시며 편안히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연애의 목적>을 끝내고 나서 차기작을 구상 중이었던 한재림 감독은 40대 한 남자의 이야기를 어떤 장르에 담아서 이야기할까 고민하다가 ‘느와르’라는 장르를 떠올렸다. 우리가 살아가는 치열한 삶 자체가 ‘느와르’라고 생각한 그는 모두가 우아한 삶을 꿈꾸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한 느낌을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우아한 세계>는 기존 조폭 영화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송강호의 말에 의하면 <우아한 세계>는 특별히 조폭이라는 직업에 부여된 영화적 장치나 입체적 묘사의 포인트는 갖고 있지 않다. ‘인구’는 하는 일이 조폭일 뿐이고, 가장이면서 아빠이고 직장인인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재림 감독의 연출방향은 <우아한 세계>가 보여줄 색깔을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와 관련, 감독은 “다른 영화에서 조폭은 진지하고 암울한 조폭이거나 코믹한 이미지이지만 <우아한 세계>의 조폭은 둘 다 아니고 그냥 한 남자로서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