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았던… 그러나 이유 있는 폭력
2007-04-13
상호는 누가 봐도 모범생이었다. 그것도 샌님 같은 범생이가 아닌 아주 멋진 모범생. 공부도 잘 하고, 공차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안 하지만 일단 한 번 시작하면 싸움도 끝내주게 잘한다.
영화 <폭력써클>은 그런 상호가 살인범이 되기까지의, 4주일이라는 짧고도 긴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 4주 동안 상호의 본성이나 본질이 바뀐 건 아니다. 그의 폭력은 결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었으나 분명한 이유라는 게 있었다. 우정과 의리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복수’라는 이유.
우리는 학교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교육받았다. 이 과정의 중요성은 윤리, 수학, 논술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교과과정에서 강조하는 덕목이다. 그래서 그런가, ‘하드보일드 리얼액션’을 표방한 <폭력써클>에서 내가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사실적으로 그려낸 폭력이 아니라 그런 폭력을 생성해낸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살인범이 되어버린 모범생 상호가 쇠파이프를 들게 된 과정, 축구 모임이었던 ‘타이거’가 구성원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일진회와 같은 폭력서클로 비쳐지게 된 과정이다.
의도하지 않은 폭력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마지막 장면, 상호가 차가운 감옥 방바닥에 앉아 재구가 죽기 전 보내온 편지를 읽는 장면을 보며 떠오른 건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인트로였다. 화면 가득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카메라와 그런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음향. 그러나 아무리 카메라를 돌리고 돌려도 이미 벌어진 일을 이전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 <폭력써클>에서 상호에게 일어난 일도 마찬가지. 설사 돌이킬 수 있다 해도 어디까지 돌아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