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용서해줄 수 있어?

2007-03-22      

연·극 반성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를 작·연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김태웅이 2007년 연극 <반성>으로 돌아왔다.

연극은 조용히 신앙생활을 하며 늙어가는 한 노부부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 갑성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자식들을 부르고 재산 분배에 관한 유언을 준비한다. 그리고 갑성은 오래된 비밀을 명자에게 조용히 고백한다.

현재 자신의 아내이자 옛 친구 은봉의 아내였던 명자를 맘에 두고 있던 갑성은 은봉의 아이를 임신한 명자가 먹고 싶다고 한 잣을 따러 가는 은봉을 따라가서 충동적인 감정으로 그를 죽이고 만다. 당시 은봉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알고 있던 명자에게 갑성은 이 오래된 비밀을 조용히
고백한다. 이 고백을 들은 명자는 얼마 동안 집을 나갔다 돌아와 갑성의 생일 날 예정대로 자식들을 부른다.

자식들의 이력 또한 화려하다. 사업하다 모아둔 재산을 다 날려 갑성을 심장병으로 쓰러지게 한 큰아들 일호, 형에 대한 피해 의식 속에 영화사를 위해 노력하는 둘째 두호, 열성적인 운동권이었으나 지금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막내 혜선. 갑성의 생일을 앞두고 이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결국 이들 사이의 골은 매워지지 못하고 큰 말싸움이 일어나고 만다.

반성이 없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몰락. <반성>에서 나타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은 현대사회를, 가족사는 우리의 현대사를 나타내고 있는 이 연극은 자신들의 상처에 힘들어 서로 이해나 양보 없이 와해되어가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가족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이며, 가족사의 문제는 우리 역사의 문제라는 연출가의 말은 과거에 대한 잘못이 있음에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반성과 책임의 부재로 일관해 온 우리의 현대사에 일침을 가한다.

공연기간: ~ 2007. 4. 1
공연장소: 대학로 씨어터 디아더
공연시간: 평일 8시/ 금·토 4시, 7시30분/ 일 3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 일반 20,000원/ 청소년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