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방관 10년째 초과근무수당 제대로 못 받은 사연
휴일근무수당 둘러싼 이견 126명 560억 미지급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김춘수 의원은 지난 17일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국민안전처로부터 받은 ‘소방관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및 소송 현황’ 자료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서울시 소속 5209명의 소방관 중 126명이 초과근무수당 560억 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 기간은 2006년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다. 서울시가 초과근무수당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은 총 5209명 1712억 원이지만 시는 이 중 5083명에게 1152억 원만 지급했다. 이에 일부 소방관들은 법원에 수당 지급 소송을 냈고, 현재 소속건수는 20건에 달한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와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살펴봤다.
열악한 근무 환경, 우울증은 기본
자살소방관이 순직소방관보다 더 많아
소방관 미지급액은 서울시가 560억 원으로 가장 크고 다음은 508억 원을 미지급한 경기도 순이다. 국민안전처에서 제공한 2016년 7월 기준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시도별 총괄 내역’을 살펴보면 서울 560억 원, 대구 209억 원, 인천 143억 원, 대전 72억 원, 울산 77억 원, 경기 508억 원, 강원 8억 원, 충북 130억 원, 경남 2억 원 등 총 2275명의 소방관이 1902억 원 가량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소방관들이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열악한 지방재정과 재판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법이 정한 급여는 모두 지급했으며, 일부 수당은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나머지 수당을 바로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일부 소방관들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소방관들이 수당 수령을 거부한 까닭은 무엇일까.
소방관들은 휴일근무를 초과근무로 봐야 한다며,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 모두를 지급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휴일근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소송까지 가게 됐다.
‘휴일근무도 초과근무’
재판은 현재진행형
서울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미지급에 대한 부분은 모두 밝힌 사항이고 법적인 절차를 밟았다. 모든 것이 대법원에서 판결나면 지급할 것이다. 안 주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의 대응은 안이했다. 또 10년가량 일부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근심은 커졌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소속 소방관 성모(가명)씨는 “시민은 우리에게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도 사람이고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라며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과 직업 특성상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는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긴 소송에 지쳐 소송이 끝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와 소방관들의 빠른 합의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2교대에서 3교대로 개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서울시는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외에도 서울시 소방 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05년 6월, 서울시는 6년 만에 서울시 소속 모든 소방서에 3교대 근무를 명령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3교대는 주간과 야간, 비번 근무팀으로 분배해 주당 56시간 근무를 한다. 기존 하루 24시간 근무하고 하루 휴식을 취하는 2교대 근무시간은 주당 84시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3교대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 소방 인력은 5170명으로,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3교대 근무 시행을 위해 총 347명가량의 인력이 더 충원돼야 하는 상황이다. 3교대 근무 시행으로 근무 여건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소방관들은 정시퇴근을 하지 못한다. 이는 초과근무수당하고도 연결된다. 또 3교대 근무 때문에 오히려 업무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소속 소방관 장모(가명)씨는 3교대 근무에 대해 “내근직이 현장으로 차출 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며, 3교대로 바뀌면서 업무가 몇 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서울시 자살소방관
순직소방관보다 많아
더 큰 문제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국민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살한 소방관 수는 41명으로 같은 시기 업무로 숨진 순직소방관 26명보다 많다. 자살자 수는 2012년 6명에서 2015년 1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방관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알콜 사용 장애·수면장애 등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는 비율도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방관은 위험성, 사건의 돌발성, 긴급성 등 직무의 특수성 때문에 순직, 공상(公傷)의 가능성이 다른 직무에 비해 높다. 하지만 스트레스 치료는 고사하고 공무수행 과정에서 입은 부상도 본인이 치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새누리당 김춘수 의원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관 3교대 방식으로 나누다 보니 업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국민안전을 지켜야 하는 소방관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안전한 서울시 조기 구현과 소방관의 희생 감소는 이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서울시의 노력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소방관들의 사명감과 책임감 고취를 위해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처우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