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인사,신사업 눈치보는 재계
또 국조·특검…기업들 내년도 ‘깜깜’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눈치도 봐야 하고 내년 계획도 짜야 하고 골머리 앓는 중입니다” 기업 기획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예년에는 11월 초부터 인사 또는 신사업에 대한 계획 짜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올해는 어지러운 정국과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 때문에 일처리가 쉽지 않다. 내부 분위기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총수들의 국정조사 여부와 함께하는 우려다. 소폭 인사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돌출변수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여느 때처럼 경영계획을 잡는 게 힘든 상황이다”라고 토로한다.
최순실·트럼프 변수에 조용히 작업 중…‘골머리 아프다’ 하소연
삼성 ‘승진 폭 최소화’ 현대차 ·SK·‘수시인사’ 후속 관심
기업들의 정기 인사철이 돌아왔다. 그런데 쉬쉬하면서 소폭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대선 결과, 최순실 게이트 등 돌출 변수들이 제기되면서 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할 경우 변화보다는 안정쪽으로 무게가 실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국조 앞둔 기업들 좌불안석
인사 최소화할 듯
올해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삼성의 인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등 공식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 만큼 사장단 및 주요 임원 인사를 통해 어떤 색깔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은 예년처럼 12월 초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과 2015년 연속 사장단 인사를 12월1일에 실시했다.
다만 올해는 변수가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다. 삼성은 최순실 씨 딸인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까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또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인사가 변할 가능성도 크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운영 변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미래전략실은 삼성전자 소속이다. 계열사의 한 부서가 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듯한 오해를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미래전략실의 부서 운영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이유로 지주사 변환 이후 미래전략실도 이동배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 소속이다보니 역할론을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지주사 형태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미래전략실의 위치도 변동이 필요치 않겠냐”고 했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는 이미 중국과 한국 수장들을 교체했다. 특유의 수시인사가 실시되는 만큼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나 LG 역시 얼마나 변화를 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CEO들에게 수차례 변화를 강조한 만큼 정기인사에서 적지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들이 제기된다. 또 수감생활을 마치고 진행되는 첫 인사라는 점도 주목받는다. 일각에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들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신동빈의 첫 작품’으로 여겨지던 롯데그룹 대표이사급 사장단 인사가 ‘대폭’에서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2월로 예정된 대표이사급 고위직 인사가 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 여파로 당초 예상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한 롯데 관계자는 “특검 등 불안 요소가 다시 대두되고 있어 인사 폭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롯데그룹으로서는 의미가 깊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등 우환이 휩쓸고 간 뒤 맞이하는 데다 신동빈 회장이 단독으로 행사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롯데그룹 인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도 금춘수 경영기획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사장단 인사를 지난 10월에 단행했다. 2017년 사업계획을 조기 수립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때나마 재계 주변에서는 인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순실 여파와 미국 트럼프 당선인에 따른 분석이다.
검찰이 지난 20일 ‘최순실 중간수사’ 발표에서 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십억 원의 대가성 여부를 ‘사실상 무혐의’ 처분했지만, 특검이 실시되면 이 문제가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총수들의 소환이 불가피한 만큼 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문제가 드러나 총수가 구속이라도 되면 인사는 물론 내년도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에는 부담된다는 반응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인데… 의사 결정에 집중하지 못하면 많은 지장이 있을 거 같다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시국의 난맥상에 따라 일단 재계의 전체적인 인사 기조는 승진 폭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저성과자 정리와 승진 폭 최소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임원진 규모를 줄여나가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투자와 고용 계획 등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 성장 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이 신사업에 진출하고 사업 재편을 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