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논란 또 발생한 이케아…이번엔 무슨 일이
새가구 구입 후 눈과 목 따가움 호소…모호한 국내 가구자재 기준 탓
한국기준 유럽과 일본 등에 비해 약한 규정
소비자단체 “규제를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가구전문업체 이케아에서 새 가구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눈과 목의 따가움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도 그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정해진 ‘가구자재등급’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 등급의 한국 기준은 유럽과 일본 등에 비해 낮은 규정이다. 따라서 문제점들이 점차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가구자재 등급의 표기와 접착제, 도료, 부속자재 등의 성분과 친환경 재료 사용 여부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 등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가구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과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이케아 가구를 구입했다는 한 소비자는 “가구자재등급이 유럽 기준에 맞춘다고 해서 이케아 가구를 샀는데 집의 공간이 작아서인지 장롱과 TV 수납장을 한 번에 구입해 사용한 이후 생각보다 눈 따가움, 목 따가움이 심해져 눈까지 빨개졌다”며 “냄새가 안 난다는 평이 많았는데 냄새도 상당히 독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소비자들 역시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신경이 쓰인다”, “집안 온도를 높여 유해물질을 배출시켜야 한다” 등의 주장 내세웠다.
이런 피해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새 가구 증후군’의 증상과 매우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들을 ‘새 가구 증후군’의 주 원인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발생으로 분석한 바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피부 자극, 호흡기 질환, 두통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포름알데히드’는 가구를 만드는 가공 목재에서 발생한다. 톱밥에 접착제를 섞어 만드는 파티클보드, MDF 등에서 다량으로 방출되며 방부 처리 등 후처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각 나라에서는 포름알데히드의 방산량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다.
가구자재 등급은 방산량이 적은 순으로 SE0, E0, E1, E2로 정해진다. 나라별로 명칭은 같지만 그 기준은 다르며 국내에서는 E1 이하 등급의 경우 실내용 가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해외의 경우는 더 엄격하다. 유럽연합(EU)은 국내 기준 E0 등급 목재만 실내 가구용으로 허용했고, 미국 역시 E0 등급 이상만 실내용 가구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SE0 등급 자재만 무제한 사용으로 규정하고 E0와 E1 등급은 사용 면적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 기준과 비교해 보면 국내 기준이 한 등급 이상 낮은 수준으로 규제되고 있는 것.
이에 산림청 관계자는 “피해 사례가 발생한다는 제보를 직접 받지는 않았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편이다”며 “(일부 비양심 업체들이)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느낄 정도라면 기준에 대해 다시 조사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속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준을 정해 전문기관에서 제품에 표시를 하게 돼 있다. 환경부와 국토부 등도 별도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 시급
하지만 소비자 단체에서는 이런 가구자재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가공목재 문제뿐만 아니라 나무 접착 과정의 접착제도 문제다. 어떤 접착제를 쓰느냐도 중요하다”며 “가구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화학 물질도 사용하는데 그것도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등급을 E0에 맞춰 사용하게 되면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화학물질, 조금 더 좋은 물질을 사용하면 이걸 빌미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감하신 분들은 두드러기나 목 아픔 등을 토로하는 소비자도 있다. 전문가라고 하는 (자신도) 자세하게 모른다.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의 상세 제품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표기가 법적인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점과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구업체들은 해당 사항에 대해 설명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규제를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며 “설명의 필요성이 있는데 어떻게 안내해야 한다는 특별한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구 업계들은 “전제품에 E0등급 이상의 목재를 적용했지만, 가격의 변동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사례 줄이기 위한 노력 ‘시급’
가구자재등급 관리가 해외기준보다 낮아 피해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국내 가구 생산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피해사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한샘 측은 홈페이지에 E0인 가구자재만 사용한다며 이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앞서 한샘은 E1과 E0를 혼용해서 가구를 제작했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6월부터는 모든 가구제작에 E0 재료만 사용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샘 관계자는 “가구의 친환경성은 내부 목재뿐만 아니라 접착제, 도료, 부속자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샘은 이 같은 부분까지 모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상세 페이지에 기재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POP를 통해 전제품 E0자재 사용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행법 상 한국기술표준원에서 진행하는 유해성 관련 검사에서 합격한 제품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에 품질 스티커를 부착해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 측 역시 “E0 등급 자재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케아 코리아 측도 “한국 기준보다 강화된 유럽 기준으로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