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님'께 국민은 아직도 '개ㆍ돼지?!'

'자라, 천호식품' '촛불폄하 발언'에 누리꾼 불매운동으로 번져

2016-11-23     변지영 기자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천호식품 회장에 이어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의 촛불집회 관련 문제 발언 이후 각 회사들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자라 코리아의 이봉진 사장과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종 전 문화부 차관과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드러나며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은 한 대학교 특강에서 "여러분이 시위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한 4900만 명은 뭔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이 사장은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비하한 것이 아니었다"며 "저 역시 지금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부당하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며 정의를 바로 잡기 위한 집회나 국민운동은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이어 "집회에 참여한 분들이 100만 명이지만 나머지 4900만 명은 같은 시간대에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감정이나 분위기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말고 학생은 자신의 본업인 공부를 열심히 해야 미래 목표를 잘 설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이 사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쉬이 잠들지 않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이 사장의 발언에 대해 '과거 3‧1운동에 대해 이완용의 발언과도 유사하다'면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4900만 명의 시민들까지 부끄럽게 만든 말'이라며 '깔끔하게 불매운동으로 보답해 드려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봉진 사장은 최순실 사건의 최측근으로 최근 구속된 김종 전 문화부 차관과 한양대 선후배 사이로 동문인 것으로 드러나 그의 발언에 또 다른 의중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들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둘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전해졌다.

한편 지난 4일에는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한 인터넷 카페에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김 회장이 올린 "뉴스 보기가 싫어졌다. 촛불시위 데모 등 옛날이야기 파헤치는 언론들 왜 이런지 모르겠다.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등의 내용이 문제시 됐다. 이와 함께 보수단체가 제작했다는 영상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 회장이 올린 해당 동영상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써서 일어난 일일뿐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은 폭도"라는 등 촛불시위와 시국선언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게시글을 본 시민들은 '천호식품 회장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답은 불매운동이다' 라며 각종 비판 여론을 내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영식 회장은 지난 19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의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 회장은 "개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제 의도와 다르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많아 바로 내렸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천호식품에 대한 비판 여론은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한편 천호식품주식회사는 1984년 설립돼 건강식품 제조, 판매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자사 제품 광고에 직접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대사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