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박 대통령 ‘방탄복’된 유영하 변호사
‘공무원 잡는 검사’에서 ‘대통령 호위무사’로 …
[일요서울ㅣ유은영 기자] 11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률대리인으로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의 선임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인 유영하 변호사의 법조경력이 그를 선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의뢰인’으로서가 아닌 ‘정치적 멘토’인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방탄복’을 자처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2005년 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첫 만남
- 19대 총선, 선거유세 ‘적극 지원’ 받기도
유영하 변호사는 검사 출신 법조인이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4기를 마친 후 1995년 검사로 임관된다. 그는 창원지검(1995.3-1997.2)과 광주지검 순천지청(1997.3-1998.3), 청주지검(1998.3-2000.2), 인천지검(2000.2-2002.2), 서울지검 북부지청(2002.2-2004.1)의 강력부와 특수부를 지냈다. 검사 임관 3년차인 1998년에는 ‘모범 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충북일보>에 따르면 청주지검 근무 당시 그는 ‘비리 공무원 잡는 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10년간의 검찰생활, 모범 검사상 수상도
또 1999년에는 ‘서원학원 비리사건’도 수사하며 검사로서의 위신을 높였다는 평가다. ‘서원학원 비리사건’은 청주에 위치한 서원대 이사장이 전임 이사장과 함께 부도와 해외도피를 벌이며 학교의 부실을 키운 사건으로, 재단이 학교·재단 자금을 양도성 정기예금증서로 전용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벌이며 학원 부실의 결과를 초래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해외로 달아난 이사장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협조를 얻어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도 수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 지역사회의 박수를 받았다.
그런 그가 검사생활을 접은 것은 2004년. 청주시 소재 K나이트클럽 사장인 이모씨로부터 2003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18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유 변호사는 2004년 2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자신이 이전에 구속, 기소한 바 있는 이 씨에게서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본인과 검찰조직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국회의원 삼수생, 선거 불운의 사나이
검사 사회를 떠난 그는 이후 정치권에 발을 내딛는다.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 부위원장(2005.9-2006.7),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2006.5-2006.12),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심위원(2006.3-2006.4),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위원(2010.3.-2010.5),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2010.12-2011.4),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2012.6-2014.1)으로 활동하며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내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져나갔다.
제17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군포를 지역구로 하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즈음으로 알려졌다. 2012년 3월 유 변호사는 <중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5년 낙선한 위원장들을 위로하기 위한 연찬회 자리에서 박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이후 유 변호사는 2008년 18대 총선,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군포를 지역구로 삼아 출마했다. 특히 19대 총선에서는 당시 선대위원장 신분이었던 박 대통령이 그의 선거구인 군포를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혹자들이 (박근혜 당시 선대위원장과) 친인척이 아니냐고 묻는다”며 “아내는 나를 ‘박사또’라고 하더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또라이”라는 발언을 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런 그가 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군포에서 출마하게 된 것은 학창시절을 보낸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유 변호사는 군포 초등학교를 졸업 후 안양중학교, 수원 수성고를 졸업했다. 그러나 당내공천에는 성공했으나 선거에서는 낙방의 연속이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로운 지역구인 서울 송파에 도전장을 냈으나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공천에서마저 고배를 맛보며 ‘선거 불운의 사나이’로 통하게 됐다.
법무부 인권 옴부즈맨으로도 활약,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임
유 변호사는 2005년 ‘법무부 인권옴부즈맨’ 활동을 펼치며 법무부 관련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경험도 있다. 법무부 인권 옴부즈맨은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활성화와 국민들의 불편사항 개선에 대한 의견수립을 위해 선발된 104명의 심사단으로 구성됐고, 이중 변호사는 19명이었다. 또 2006년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을 역임하며 여성, 북한,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201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위원으로 추천을 받는다. 당시 여당은 변호사 시절 ‘군포 집단 성폭행 사건’ 변론 경험, 검찰 시절 향응 제공 의혹을 들며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또 그가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시절 BBK 사건의 주역인 김경준 씨를 ‘기획입국’시켰고, 토마토 저축은행 부행장으로 근무하다가 영업 정지 전 퇴사했다며 그의 법적· 도덕적 자질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2014년 2월, 유 변호사는 국회 본회의에서 총 투표수 234표 중 138표를 획득하며 홍진표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의 뒤를 이어 인권위 자리를 꿰찼다.
다시 ‘변호사’로 돌아온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이번 사건의 변호 대상이 ‘대통령’이라는 점과 함께 그의 말 많던 과거 이력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번 사태에 대해 그가 ‘박사또’로서 의뢰인 박대통령의 튼튼한 ‘방탄복’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