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Hot ISSUE] 연예계는 대통령과 전쟁중?

2016-11-18     변지영 기자

평소 자제하던 연예인들 잇따라 ‘국정 농단’ 비판

파급력 큰 연예인 정치적 견해…청소년 선동 우려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농단 파문에 ‘연예계 스타’들도 나서고 있다. 각종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거나 SNS 등을 통해 참여를 독려한 연예인까지 ‘비선실세’ 국정 논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는 연예인이 늘어나자 이것이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집회에는 김제동, 김미화, 이승환, 전인권, 정태춘, 크라잉넛 등 연예인들이 참석하며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말달리자’로 유명한 인디 밴드 ‘크라잉넛’은 “우리가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을 느낀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발언 당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 내용을 풍자하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넉살 좋게 비꼬았다.

또 MC 김제동은 이날 만민 공동회 사회에서 “정치는 삼류지만 국민은 일류”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쳤다.

가수 이승환은 최근 본인의 소속사 사옥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또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들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촛불 집회 관련 마음을 나눈 연예인들도 상당수였다. 가수 솔비와 배우 김유정은 SNS를 통해 각각 촛불집회를 응원하는 글과 집회에 마음으로 동참하는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최근 ‘최순실 연예인’으로 뒤숭숭하지만 당당히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연예인들도 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10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가 발단이 됐다.

이 블랙리스트는 현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박원순·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이들과 세월호 이슈에 서명한 이들까지 포함돼 충격을 줬다. 또 현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켰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와 감독들은 ‘소신 발언’으로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정우성은 “이해충돌은 늘 있는 법이다. 신경쓰지 마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정치계에 직접적인 의견을 내놓는 연예인들이 많다. 이들은 정계 입문이 목적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SNS에 올리며 연예계 정치활동을 한다. 공인은 아니지만 여론에 주는 파급력이 큰 만큼 그들의 발언은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이변을 일으키며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 확정되자 클린턴을 지지했던 연예인들도 시위 행렬에 동참하거나 SNS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자신의 SNS에 ‘이제 깡패가 우리를 이끌게 돼 완전히 망했다’고 말했다.

또 진보 성향의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영화 ‘트럼프랜드의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in TrumpLand)’를 공개했다. 앞서 무어는 트럼프에 대해 “하루가 멀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역겹고 무모한 발언을 일삼는 걸 설명할 수 없다”며 “공화당이 다른 인물을 후보를 추대할 수 있도록 트럼프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최근 자유롭게 정치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 비율이 높아지자 일각에선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연예인들의 정치적 견해 발언이 여론을 선동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아직 정치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선호하는 정치적 성향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며 선동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계에선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연예계보다 더 흥미롭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며 “연예인들도 국민이다. 이번 사태에 분노를 표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오히려 연예인의 정치 활동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환기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실제 지난 4월 11일 국회의원 총선 당시, 많은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투표를 권장하는 게시물을 올려 큰 이슈가 됐다. 이에 20대 총선 최종 투표율은 58.0%로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에 비해 3.8% 높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반(反)트럼프 시위나 스타들의 견해만이 전 국민의 의견이라 단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국민 분열의 골이 깊게 파인 미국과 한국의 현 상황이 유난히 닮아 있어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