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블랙 컨슈머’ 황당 사례 대공개

‘6개월 신은 신발 교환해 달라’

2016-11-18     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 등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고의적 또는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라 한다. 블랙 컨슈머는 고객 대우 형평성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감정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 그리고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특히, 블랙 컨슈머를 ‘고객 대접’해주는 백화점은 갑질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일요서울]에서는 백화점 블랙 컨슈머의 황당 사례와 판매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상황 대해 살펴봤다.

블랙 컨슈머, 상대방 입장도 고려해 줘야

백화점 담당자 강요·제제로 인한 스트레스 커

지난해 ‘백화점 갑질 모녀’, ‘항공사 땅콩회항’ 사건은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국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자세하게 듣고 댓글과 공유로 국민적 심판을 하는 등 갑질 논란에 대한 척결을 원했다. 이런 사건의 가해자들을 우리는 블랙 컨슈머라 부른다.

현재 모 백화점 신발·잡화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K(25·남)씨는 블랙 컨슈머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그는 “블랙 컨슈머들이 방문했을 때 당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고객이 부주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갑의 입장을 내세우며 달려들면 조치할 수 있는 대응책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상품 교환·환불

절차가 있는 법

K 씨는 “과거 백화점 갑질 모녀사건 이후로 시스템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제도로써 내민 것이 바로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사회적 갑질횡포 특별단속기간’이다. 이는 경찰신고를 통해 단속에 나서겠다는 얘기다”라며 “하지만 고객응대는 고객 방문시점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당시 폭언·욕설·불공정행위는 상황종료 후 논란을 일으켜봐야 효력이 많이 떨어지게 돼있다. 갑질 고객은 이득을 받고 노동자들은 정신·감정·금전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본사 매뉴얼 상 판매상품은 영수증 지참 7일 이내 방문 시에만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판매 입장에서 교환·환불 받은 제품은 하자가 없다면 확인 후 전산처리 및 재판매 한다. 따라서 상품 꼬리표(tag)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는 물론이고 특히, 신발의 경우 박스에 제품코드 및 사이즈가 있기 때문에 박스·택·영수증 없이는 교환·환불이 불가하다”며 “소비자는 기업·판매자 재고처리와 재판매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자신의 이익만 챙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 해줘야한다. 예방법은 소비자가 온라인이 아닌 매장에서 구매하는 만큼 꼼꼼하게 고민하고 살펴본 뒤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던 신발 든 검정봉지

직원에게 던지기도

K 씨는 자신과 동료가 겪은 황당 사례를 얘기했다. 어느 날 6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매장에 찾아와 자신에게 검정봉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황당해서 봉지를 열어봤더니 냄새는 물론이고, 오래신어 다 너덜너덜 냄새나는 신발이 들어있었다, 고객은 발이 아파서 못 신겠다며 환불을 요청했고, 매뉴얼과 절차상 바로 환불이 불가하니 본사의 심의를 거쳐 진행을 하겠다고 정중히 전달했다. 그러자 노인은 분노를 표출했고, 백화점 본사가 이 것밖에 안되냐며 폭언·욕설을 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도리가 없어, 노인을 백화점 고객센터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백화점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상품을 가지고 항의하는 소비자의 편을 들어 환불을 진행하라 했다.

K 씨가 일하는 본사 제도상 진행할 수 없는 문제였으나, 결국 백화점 담당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또, 그는 “블랙 컨슈머 때문에 보상 없는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수선비의 경우 절차대로 한다면 보상 받는 것이 당연하나, 고객이 항의하는 경우 판매노동자가 서비스 형태로 처리해주는 수밖에 없다”며 “작게는 5천 원에서 많게는 3만 원까지로 블랙 컨슈머가 많은 달에는 이유 없는 지출이 많아 월급을 받아도 임금이 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백화점, 노동자에게

서비스 강요

K 씨의 본사는 서비스에 대해 강조하기 보단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매장을 담당하는 백화점 담당자의 경우 시도 때도 없이 강요와 압박을 일삼는다. K 씨는 “담당자에 따라 성향과 방식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판매노동자에게 존댓말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블랙 컨슈머 이외에도 백화점 담당자와 판매 노동자와의 사이에 갑·을 관계가 형성 돼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블랙 컨슈머 만큼 백화점 담당자에게 받는 고통이 크다”며 “판매 노동자 보호시스템에 대한 백화점·법적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