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빛내는 며느리들
홍라희·장영신·박의숙·전지현 “내가 제일 잘 나가”
재벌가에 시집가 내조에만 충실하던 시대는 옛 이야기인 듯 자신의 능력을 살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며느리들이 있다. ‘관장님’, ‘회장님’, ‘천만 배우’등 이들의 호칭을 보면 이들은 더 이상 재벌그룹의 사모님에 안주하지 않는 듯하다.
재계 며느리들의 대표 직업을 ‘관장님’으로 만든 주인공은 삼성가의 안주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다. 세계적인 미술 잡지 아트뉴스는 지난 9월 리움박물관을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컬렉션을 소장하고, 리움을 통해 서울은 국제적 문화도시로 발전한다”고 평가했다.
또 홍 관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세계 200대 컬렉터’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홍 관장 손만 닿으면 대박이다”라고 할 정도로 미술계에서 홍 관장의 안목은 이미 유명하다. 홍 관장의 이런 안목은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 출신의 인재로 고미술과 현대미술, 세계 미술 흐름을 꿰고 있는 데서 나온다.
홍 관장은 지난 1983년까지는 이 회장 내조에만 힘써왔다. 그 해 현대미술관회 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섰다. 이후 삼성 미술문화재단 이사와 이사장, 그리고 호암 미술관장에 이르기까지 삼성 내 미술과 관련된 직책을 두루 거쳤다.
본인의 능력도 있었지만 든든한 시아버지의 지원이 있었다. 故 이병철 삼성그룹 초대 회장은 미대 출신인 홍 관장을 일찌감치 며느릿감과 삼성가의 미술전문가로 키우겠다고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초대 회장이 신혼시절 홍 관장에게 매일 10만 원을 주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가서 골동품을 사올 것을 지시하며 안목을 기르게 한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다.
타계한 남편을 대신해 그룹을 이끈 ‘성공한 며느리’의 대표적인 주인공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다. 장 회장은 1970년 막내아들을 낳은 지 사흘 만에 남편 故 채몽인 애경유지공업 창업주를 잃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12년 차 주부가 국내 대표 비누 브랜드의 수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경영을 시작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하지만 장 회장은 불황에도 투자만 잘하면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남편이 계획만 했던 석유화학 원료 제조 분야를 애경의 미래 지표로 삼아 애경유화·애경화학 등을 속속 설립했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도 애경의 주력 사업군이다.
이후 장 회장은 애경그룹을 화학부문(애경유화·애경화학·AK켐텍), 생활·항공부문(애경산업·제주항공), 유통·부동산 부문(애경개발·AM플러스 자산개발·수원 애경역사)으로 발전시키며 ‘국내 여성 첫 CEO’라는 별칭을 얻었다.
장 회장은 자신이 평범한 주부에서 경영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자서전 ‘STICK TO IT!’을 통해 “네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에 주부 CEO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최근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애경산업은 화장품 사업 부문이 성장하며 전체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여의도 증권가에 따르면 애경산업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매출 4600억 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 ‘든든한 엄마’가 되기 위해 경영에 뛰어든 이는 또 있다.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이다. 박 회장은 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세아그룹은 재계 40위권 안에 드는 알짜 기업으로 이종덕 창업주가 2002년 타계한 후 슬하에 있던 두 아들 이운형, 이순형이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을 거의 동등하게 경영해왔다.
그런데 돌연 2013년 3월 이 전 회장이 남미 출장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 후 아내인 박 회장은 세아네트웍스 회장으로 승계하며 남편의 동생 일가와 형제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월 세아메탈의 대표이사직도 겸직했다. 세아메탈이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박 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은 박 회장이 그룹 내 3세들의 승계구도를 맞추기 위함이라는 업계 분석이 있다.
박 회장은 형제 경영을 중심으로 하는 세아그룹 전반에서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를 뒷받침하며 경영권을 탄탄히 유지하고 있다.
웬만한 기업 부럽지 않은 며느리로는 배우 전지현 씨가 있다. 전지현 씨는 2012년 6월 미국 내 최대 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한국지사에 다니고 있는 최준혁 씨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최 씨의 아버지인 최곤 알파에셋자산운용 회장 역시 금융자산가로 알려져 금융가 며느리가 된 전 씨는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최 회장은 자동차 조선 컨테이너 등을 수출하는 국제강재의 회장으로, 지난 2002년 알파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고 보유 지분이 99%로 알려졌다.
결혼 후 전 씨는 본업에 복귀해 영화에서 드라마까지 연일 히트를 치며 억대 자산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한 매체를 통해 전 씨의 재산이 약 295억 원으로 알려지며 재계 ‘똑소리 나는 며느리’로 등극했다.
‘똑소리 나는 배우 며느리’로는 이 외에도 락산그룹의 며느리가 된 배우 김희선 씨가 있다. 김 씨도 결혼 후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까지 넘나들며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락산그룹의 실제 매출 규모는 주력사인 건축사를 비롯해 연예기획사까지 도합해 연간 매출이 150억 원대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