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부회장, 합병 앞두고 고민 깊어진 까닭
주가 오를 법도 한데…백약이 안 통하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LG화학과 LG생명과학이 2017년 1월 1일 합병을 앞두고 있다. 모기업인 LG화학으로부터 LG생명과학이 떨어져 나온 지 15년 만이다. 양사는 합병에 대해 바이오사업 육성을 위한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를 목적으로 하며,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해 레드바이오(제약 및 의료)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합병은 박진수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다. LG화학의 사업구조 변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박 부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에너지·물·바이오 3대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해 그린바이오(농업 및 식량)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박 부회장은 합병과 관련해 “바이오는 인류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새 먹거리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매력적’이라는 부분에서는 이견이 엇갈린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반응은 상반된다”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데다 이익을 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합병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대비 주가부양 과제
이 때문인지 투심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부실기업을 떠넘긴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나온다. 굳이 실적이 불안정한 LG생명과학을 합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다.
주주들의 반대는 합병에 좋게 작용할 리가 없다. 두 회사가 다시 한몸이 되려면 오는 28일 이사회의 합병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단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절차 진행을 위한 정관변경을 승인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 주주들의 반대와 주식매수청구권이다. LG화학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할 경우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
현재 첫 고비는 넘긴 상태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LG화학은 소규모합병 반대의사통지를 접수, 소규모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 수가 LG화학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에 미달했다. LG화학의 주식비율은 LG 33.5%, 외국인 37.7%, 기관·개인 28.2%, 자사주 0.5% 등이다.
하지만 LG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다. LG생명과학은 오는 28일부터 12월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접수할 예정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사항을 반대하는 주주가 본인 소유의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요청하는 권리다. LG생명과학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6만7992원이다.
합병 비율은 보통주 1:0.260 6772, 우선주 1:0.2534945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 하려면 LG화학 주가를 충분히 끌어올려야 한다. LG생명과학의 주가가 이사회 결정 전까지 주식매수청구가격인 6만7992원보다 높아야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행사를 줄일 수 있다. LG생명과학의 주가가 오르면 LG화학은 1:0.2606772의 합병비율을 맞추기 위해 최소 주가가 26만1508원 이상으로 뛰어야 한다.
임원진 주식 매입
각종 호재 안 통해
LG화학 임원들은 서둘러 주가부양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박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주가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주식을 매입한 이후 이틀 연속으로 주가는 하락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바이오주가 수혜를 입었음에도 LG화학 주가는 오히려 내렸다. 이날 종가는 24만1000원으로 주식 매입일(종가 25만1000원)보다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앞서 각종 호재성 정보로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가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면서 “‘폴란드에 축구장 5배 크기 전기차 배터리 공장 마련’,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매출 7조 목표’ 등의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적극 강조했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G화학의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원인으로 실적과 합병을 지적했다. 그는 “실적이 뒷받침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연 시너지효과가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에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주가부양책의 실패가 지속될 경우 시장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많은 투자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합병이 이뤄진다면, 합병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회사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인식은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