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겨울철 이상현상 논란

‘품에 안고 다녀야 한다?’의 진실은…

2016-11-11     오유진 기자

자동꺼짐 현상 심해…사용자들 두꺼운 덮개 사용
iOS 불안정 의혹…미비한 대처로 ‘피해 사례’ 늘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애플사의 아이폰이 겨울철 이상현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배터리 충전이 10~30%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자동으로 꺼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문제의 스마트폰은 아이폰 6, 6s, 6플러스 등이다.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문제가 계속되자 사용자들은 아이폰 뒷면에 핫팩을 붙인 사진, 아이폰을 이불에 감싼 사진, 전열기에 아이폰을 녹이는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제보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애플사의 아이폰 피해 사례와 겨울철 이상 현상 발생 원인 등을 살펴봤다.

한 아이폰 이용자는 지난 10월 31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드디어 아이폰이 저절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계절이 왔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아이폰 실 사용자들은 해당 글에 공감한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추위때문에 아이폰 꺼짐 현상과 배터리 급감 현상 등이 빈발한다고 호소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저도 같은 이유로 보조배터리를 항상 지참하고 다닌다. 중요한 연락이 올 때나 결재 관련 업무 볼 때 신경이 쓰인다. 스트레스보다 무섭다”, “겨울 야외 활동하다가 꺼지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아이폰이다. 다른 폰은 본 적이 거의 없다”, “아이폰이 발열 시 쿨링(냉각)은 좋은데, 역으로 겨울에는 최악이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특히 야외활동 시 아이폰 사용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핫팩을 붙인 아이폰’, ‘몸을 녹이는 아이폰’, ‘이불을 덮은 아이폰’ 등의 사진 등도 게재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아이폰 겨울철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중국 외신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애플의 아이폰 6가 추우면 자동으로 꺼지는 일이 빈발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중국인 사용자는 “17개월 사용한 아이폰 6 플러스에 최근 2주 동안 배터리가 30% 정도 충전된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꺼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재충전을 한 뒤에야 다시 켤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해당 매체는 익명의 애플 직원이 “배터리 문제는 아마도 iOS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인정했다고 밝혔다.

발생원인 파악 안 돼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들은 ‘금속 일체형 케이스’를 사용하며 ‘리튬 이온 방식 배터리’를 채택해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품들이 외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겨울철 이상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전지 배터리는 20℃ 안팎에서 100%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지거나 높아질 경우 성능이 감소해 한파 속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이점은 이런 현상이 유독 애플의 아이폰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의 겨울철 이상현상은 아이폰에 비해 피해 사례가 극히 드물다. 안드로이드 계열 금속 일체형 스마트폰의 경우 적정 사용 온도가 섭씨 0도보다 더 낮게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애플 측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주변 온도가 섭씨 0~35도인 장소에서 iOS 장비를 사용해 달라”고 권고했다.

온도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은 환경에서 아이폰 등은 온도 조절을 위해 다르게 동작할 수 있어 작동 범위를 벗어난 추운 환경에서 사용하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일시적으로 단축돼 장비가 꺼질 수 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국가 기관의 안일한 대처

소비자단체에서는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 기관의 미흡한 대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아이폰이 특정 온도, 특정 계절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들이 발생했을 때 국가 기관에서 테스트를 통해 문제에 대한 상황을 파악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소비자들이 의견을 낸 거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소비자들이 동일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면 기술표준원이나 산업자원부에서 해당 문제들에 대한 검증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안 느끼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기관은 이 문제에 대해 늦지 않았으니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한 노력,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애플 역시 리콜 등의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애플에서는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말을 안 한다. 자체 테스트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얘기를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하고 있어 자체 검증을 거친 후 설명하는 자세가 부족하다. 판매자들이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는 점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 갤럭시 등 그간 배터리 문제에 관해 여러 문제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개인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국가 기관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확인해야 하는데 언론을 통해 여론이 확산 돼야만 늦게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 국가가 자발적이든 아니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소비자 피해 사례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술표준원 측 관계자는 “보통 품질의 문제는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기업이 알아서하는 문제다”라며 “국민의 안전은 정부가 관장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거고 품질은 민간으로 많이 넘어갔다. 품질문제를 어느 과에서 담당한다고 꼽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품질문제는 기업에서 관리, 책임지는 게 추세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기업의 품질을 어느 정도 해라 한계선을 그어주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