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전격 귀국] ‘순실 입’에 달린 2017 대선

文 성급한 ‘굳히기’ 들어가다 역풍 맞을 수도?

2016-11-04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대선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반기문-문재인-안철수 구도로 정리되는 듯했던 기존 대선구도의 판이 커졌고 변수도 늘어났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꼽는 동시에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전까지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더욱이 최 씨의 국정농단으로 맞닥뜨린 국가적 위기상황이 그동안 문 전 대표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야권의 잠룡들에겐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유리한 환경에 도취된 야권의 주요 주자들이 단일화보다는 각자도생을 선택하고, 여권에선 분당(分黨)으로 인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다면 대선구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다. 대선이 일 년 이상 남아 있다. 여야 힘의 균형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 “다른 주자들의 ‘집중 견제’ 대상 될 것…”
- 탄력 받는 제3지대… ‘반기문 떼어놓은 게 어디?’

비선 실세로 주목받고 있는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내년에 치러질 대선 지형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문재인 전 대표에겐 ‘안정’적 입지조건을 가져다 준 모양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모두 이를 방증한다. 한 언론 매체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20.4%)가 여권 후보로 분류되는 반기문 총장(18.9%)을 제치고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위에 올랐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이 37.5%로 새누리당(26.2%)을 10% 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고, 국민의당(15.5%), 정의당(5.5%)이 그 뒤를 따른다. ‘문재인 대세론’이 굳건해진 상황임은 분명하다. 민주당 내부도 이미 승기를 다 잡은 듯 ‘실수’만 하지 말자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의 ‘굳히기’가 통할 경우 정권 탈환도 꿈만은 아닌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성급한 ‘굳히기’에는 ‘빈틈’이 많은 법이라며 경고한다. 문 전 대표가 ‘문재인 대세론’으로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지만 이는 반대로 다른 대선 주자들의 ‘집중포화’ 대상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야권 궁극적 목표는 거국 중립 내각 아닌 국정 혼란 지속…”

실제로 문 전 대표의 ‘거국 중립 내각’ 발언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난의 대상이 됐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초반에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제안했다가, 새누리당에서 이를 공식 제안하고 김종인, 손학규 전 대표 등을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여당이 제안한 안을 ‘짝퉁 거국 내각’으로 비판하고,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물러나 국회가 추천한 새 총리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 역시 “매우 위험한 반(反) 헌법적 발상이다”며 “문 전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다.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적 가치의 실현에 철저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주장은 대권주자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난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문 전 대표가 당 기류와 달리 독자노선으로 거국 중립내각을 치고 나갔다가 혼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문 전 대표로 인해 야당의 궁극적 목표가 거국 중립내각이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국정 혼란을 지속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라고 조소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도 “현재의 민주당의 인기는 국가경영 비전 제시 등으로 얻은 인기가 아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여권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문 전 대표는 줄곧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음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인입해 외연 확대를 노려왔으나 결국 문 전 대표 지지층의 성격은 반(反) 박근혜 정서를 지닌 진보적인 30대 유권자층이 핵심”이라며 “이는 문 전 대표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의 이념 역시 각각 대척점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무너졌다고 해서 또 국정 혼란을 내년 대선까지 가져간다고 해서 기존 보수층이 문 전 대표를 지지할 리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헌론이나 거국내각 구성 등의 방법론에 매몰돼 현재의 심각한 위기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국민들은 야당에게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일갈했다.

文 대선가도에 돌출 변수 산재… 예측 불가능한 후보 대비해야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최순실 파문의 반사이익이 비단 문 전 대표의 몫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이번 파문은 분명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 사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 본격적인 대선 시기를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반 총장이 여권과 이별 수순을 밟게 된 것 하나로도 좋은 출발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기보다는 ‘홀로서기’를 모색, 제3지대에서 중도 보수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구체적으로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주도하는 기존 프레임에 몸을 맡기거나 반 총장 자신이 직접 세력을 만드는 방안 등이 나온다.

여기에 또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 역시 거국내각 등 사태 수습의 방식을 두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근 사사건건 충돌하는 상태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특검 협상을 하자 국민의당이 비판하고, 국민의당이 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다 민주당이 발끈했다. 추후 정국의 주도권을 가지고 정당별, 계파별로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같은 야권의 자중지란 또한 안 전 대표를 포함한 ‘제3지대’가 탄력을 받는데 입김을 불어넣었다. 특히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대선 후보 못지않다. 안철수라는 대선 주자급 후보에 한두 명의 경쟁력 있는 후보가 ‘제3지대’ 경선에 참여한다면 대선 판도는 필연적으로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훨씬 더 역동적인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 손 전 지사, 반 총장 혹은 아직 국민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잠룡들에게는 이보다 더 극적인 환경은 없다는 평가다. 

반면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예측 불가능한 후보를 대비해야 하는 공포감이 커지게 됐다. 문 전 대표 앞엔 ‘반기문-안철수’ 연대,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의 유동성 등 대선가도에 돌출 변수가 산재해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 전 대표는 친박·비박 갈등에 따른 새누리당의 탈당과 분당도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 됐다. 어쨌든 반 총장의 여권 이탈로 여권 잠룡들에게는 뜻밖의 기회가 주어졌다. 당내 계파 간 권력구도 나아가 당내 경선에도 비박계가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더욱이 비박계 일색인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거국내각 구성 등을 주장하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나경원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력 비박 대권주자들이 당권을 쥐고 최순실 사태를 수습한 뒤 그 영향력을 대선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문재인-안철수-반기문의 3자 구도가 문재인-안철수-반기문-여당 후보라는 4자 구도로 변할 공산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야당과 마찬가지로 여권도 분열돼 복수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역대 대선을 보면 홀수 구도는 거의 없었고 짝수 구도가 일반적이었다”면서 “내년 대선구도가 4자 또는 양자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문 전 대표에겐 민주당 내부 상황조차 녹록지 않다. 최순실 파문에 ‘개헌’을 지렛대로 하는 정치 지형의 변화와 이로 인한 민주당 내 다른 잠룡 후보들인 안희정 충남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문 전 대표에겐 뼈아플 수밖에 없다.

‘대북 결재 논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이 같은 악재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만약 야권의 주요 주자들이 지금 당장의 유리함에 도취돼 단일화보다는 각자도생을 선택하고, 여권에선 분당(分黨)으로 인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다면 박지원 대표의 말처럼 문 전 대표의 ‘이미 대통령이 됐다는 착각’은 내년 12월에도 ‘착각’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 같은 외부 기류와 별도로 문 전 대표에겐 아직 ‘대북 결재’ 의혹이 남아 있다. 송민순 전 외교장관은 근래 발간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하면서 ‘대북 결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는 당초 북한과의 접촉, 기권은 사실이라 인정했다가 “기억이 안 난다”로 말을 바꿨다. 대북 결재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도 침묵 중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결의안 제출을 두고서도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최순실 파문을 두고 정부 여당에 연일  날을 세우는 데만 정신이 없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의 대북 결재 의혹은 최순실 파문으로 묻힌 게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대북 결재 의혹은 까맣게 잊은 듯해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송민순 회고록 파문’으로 코너에 몰린 문 전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럭키 펀치를 날렸지만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선 낡아 보이는 문재인보다는 신선한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도 감지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