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배된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
사고 쳤다 하면 수백·수천억, 도피는 기본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이 검찰에 의해 지난 27일 공개수배됐다. 이 회장은 520억 원대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흉악범이 아닌 경제사범을 공개수배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개된 수배 전단에는 “(이영복 회장은)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개발 비리 핵심 피의자로 은행 대출금 등 거액 사기ㆍ횡령 범행으로 도주 중”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이 회장의 과거 행적과 그와 얽힌 사건에 대해 알아봤다.
520억 비자금 어디로 갔을까…정·관계로비 의혹
지역 상공·언론계 비호설, 대포폰 수십대 사용
이영복 회장이 시행사로 참여한 엘시티 사업은 부산의 랜드마크를 짓는 사업으로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엘시티는 대지면적 6만5934㎡(약 1만9980평)에 연면적 66만77㎡²(약 20만 평) 규모로 101층 411m의 랜드마크 건물과 85층(339m) 주거타워 2개동으로 이뤄진다. 사업비는 총 3조4000억 원 규모로 2018년 완공 예정이다.
랜드마크 건물 98∼101층에는 전망대가 들어서고 3∼19층에는 전 객실에서 해운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6성급 호텔 296실이 들어선다. 22∼94층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 지역으로 일반호텔 561실이 들어선다.
비자금 520억 조성
대포폰 사용하며 도피
이곳에 외국인이 5억 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거주 자격이 부여되고 투자 5년 후 영주권이 제공된다. 주거동에는 공동주택 882채가 들어서 공동구역에는 온천과 워터파크, 쇼핑몰, 레스토랑, 이벤트 광장 등이 마련된다. 최근 분양되고 있는 엘시티 펜트하우스 가격은 68억 원 선이다.
검찰이 이영복 회장을 공개수배 한 이유는 구속된 시행사 직원 등이 조성한 비자금 520억여 원 중 상당 부분이 이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회삿돈 520억 원가량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시행사 자금 담당 임원 박모씨와 엘시티 설계비 125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건축설계회사 전모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수행비서 강모씨를 구속했다.
이 회장은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며 소환을 하자 8월부터 잠적 중이다.
그동안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와 동시에 검거전담반을 꾸려 추적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수시로 은신처와 차량을 바꾸고 대포폰 수십 대를 바꿔 사용하는 등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검찰은 수사가 장기화될 것을 감안해 공개수배로 전환했다. 검찰은 서울과 부산에서 이 회장의 행적을 발견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대·만덕 지구 특혜
의혹 핵심 인물
이영복 회장은 이미 과거에 부동산 관련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 1998년 불거진 ‘다대·만덕 지구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당시 이 회장은 동방주택 사장이었다. 그는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2000여㎡을 주택사업공제조합과 함께 절반씩 매입했다. 당시 3.3㎡당 단가를 60만 원가량 과다계상해 조합 측에 모두 853억 원의 추가 부담을 유발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반주거용지를 용도변경해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도 받았다. 당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한 의혹도 받아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2년여간에 걸친 도피생활 후 자수한 이 회장은 로비 인사를 밝히지 않은 채 혼자 모든 죄를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
당시 이 회장은 배임, 횡령 등 9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났다.
다대·만덕 지구 특혜의혹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영복 회장은 도피를 선택했다. 이 회장의 도피 행각과 엘시티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9월 23일에 발행된 본지 1167호 정치면 기사 ‘[단독] 조응천, 벼르던 칼 꺼내 들었다! 부산 해운대 LCT 정조준’를 통해 이미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제기됐던 첫 번째 의혹은 부산시가 해운대 해수욕장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규정해 놓은 중심미관지구를 해제했다는 점이다.
중심미관지구에는 건축물 높이를 최고 60m 이하로 정해 놓고 있으며 주거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09년 12월 연말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면서 이 규정을 다 삭제해 버렸다. 당시 도시계획 위원은 총 25명으로 부산시장이 임명하는데 15명이 전 현직 공무원과 시의원, 시 산하 연구원의 연구원이다. 특히 엘시티 시행사 감사도 위원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엘시티 사업 초기부터
의혹 많았다
두 번째 의혹은 엘시티 건물을 지으며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시가 조례상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연면적이 아닌 대지면적 15만㎡ 이상으로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음으로써 엘시티 사업자 측은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이득 봤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의혹은 부산시가 엘시티 부지를 매각할 때 특혜를 줬다는 점이다.
2009년 당시 5만3000㎡의 조성원가가 2330억 원이었는데 부산시는 엘시티 측에 2330억 원 원가 그대로 팔았다. 부동산 매매를 통한 개발이익을 한 푼도 올리지 못했다. 9월 당시 3.3㎡ 당 시세는 1433만 원 정도였다.
잠적한 지 두 달이 넘어가는 이영복 회장은 부산의 정치계 인사들, 검찰계 인사들, 공무원들에게 마당발로 통할 정도로 인맥이 좋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비를 시도한 결과물이다. 평소 로비자금도 “세게 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로비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마당발’ 이 회장
로비에 일가견 있어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핵심은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정관계 로비 여부다. 이 회장의 연이은 사건으로 부산은 발칵 뒤집혔다. 매번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 금액이 크고 정치권 등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났기 때문이다.
급기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는 이영복 회장이 연루된 엘시티 사건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미 8월부터 지속적인 성명서와 논평을 발표하며 각종 의혹 해소와 사건 해결을 촉구해 왔다.
이영복 사건
부산에 새겨진 주홍글씨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25일 발표한 ‘이영복이라는 부산지역 주홍글씨 지금 부산지검이 지울 때다’라는 제목의 논평에는 “엘시티 수사가 부산지검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으로 이관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단순히 국감의 지적사항 때문인지 현재로선 기대 반 우려 반이다”며 “부산지검은 동부지청에서 진행한 수사의 질이나 양에서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전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두 차례 정도 부산지검에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종결한 적이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이 경험에 비추어 부산지검으로의 이관에 따라 수사팀이 보강되고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마냥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적극적인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영복 회장의 엘시티 사건은 비자금의 규모, 정관계 로비 대상, 지역 상공계·지역 언론의 비호 등을 감안한다면 검찰을 넘어 정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검찰과 정권은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어 “감사원 감사, 검찰수사, 행정소송 등에서 많은 의혹과 특혜가 제기되고 증거가 제시되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제대로 된 조사와 수사와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만큼 이 사업이 비리와 로비의 규모가 큰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