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동력 잃은 '대통령發 개헌'

2016-10-26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제안한 임기 내 개헌(改憲)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봤다는 의혹이 점차 확산되면서 하루 만에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여당은 개헌 불씨가 꺼질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민주당은 개헌 논의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헌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비리를 덮기 위한 최순실 개헌이자 정권교체를 막으려는 정권연장 음모”라며 “진실과 동떨어진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헌법의 개정을 맡길 국민이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지라”며 “우리 당은 이러한 원칙 아래 당내에 개헌연구 자문회의를 구성해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개헌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회에서 질서 있는 논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은 최순실 의혹과 별개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필요성은 있다는 분위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일단 국회에서의 개헌논의에 참여하겠다”면서도 “그 동안 나온 개헌안만도 국회에 한 트럭이 있고, 각자 생각하는 방안이 다르다.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고 회의론에 무게를 뒀다.

반면 새누리당은 개헌 추진의 본질만은 훼손해선 안 된다며, 최순실 사건과는 별도로 당내 개헌추진특위를 구성해 개헌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자꾸 개헌 논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문제 본질을 왜곡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 헌법개정모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도 “개헌은 국민 모두를 위하고 국가 백년지대계를 도모하기 위해 논의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본질만은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