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국내 부동산 투자 실태

연남동, 강남, 은평까지 중국인 서울 부동산 쓸어 담기

2016-10-14     남동희 기자

재개발 무산 지역도 땅값 비싸 무분별한 투기 의혹
가로수길, 세로수길 중국인에게도 비싸긴 마찬가지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제주에서 올라온 중국발 부동산 투자 바람이 서울에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홍익대학교(동교동) 상권을 중심으로 시작해 근처 은평구까지 확산되고 강남의 노른자 지역까지 넘어오고 있다.

일요서울이 서울 내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집중되는 곳을 직접 찾아가 현상을 파악하고 투자 목적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의 땅은 올해 상반기 4139필지 17만여㎡로 2014년 말보다 필지로는 2배, 면적으로는 3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기존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와 마포구 연남동 일대 중심에서 부동산 시장의 핵심인 서울 강남 신사동 일대에까지 중국인 부동산 투자는 늘었다.

마포구의 경우 2014년 18건이던 중국인의 부동산 거래는 지난해 43건, 올해는 4월까지 13건을 기록하고 있다. 강남구의 중국인 소유 부동산 면적은 2014년 말보다 5%, 서초구는 9% 증가했다.

마포구 거주용 목적 부동산 구매 늘어

일요서울이 현장에 가보니 서울에 중국인 부동산 매매 목적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 마포구의 홍대 부근에서부터 연남동 일대까지는 주거 목적의 구매가 증가한 경향을 보이고 가족 단위 거주 인구도 늘었다.

또 포화된 연남동 일대를 넘어서 주변 은평구까지 중국인들의 관심이 확장된 현상도 눈에 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부근의 한 일본음식점에서 만난 사장 A씨는 “중국인 고객 정말 많다. 여행객도 여행객이지만 우리 집은 주로 학생들이 많이 온다. 또 중국인 가족 단위 고객들이 포장을 해가는 경우가 늘었다.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에 비해 이 근처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중국인 고객 형태가 변화했음을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연남동에는 삼삼오오 음식점으로 들어가는 중국인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연남동 공인 중개사 B씨는 “이 지역은 중국인들이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중국인이 많다. 그래서인지 재개발이 취소돼도 중국인 상대 매매는 여전히 호황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이 주변 차이나타운 조성설이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했다.

또 “전에는 상가용 매매나 임대가 많았다면 최근 몇 년 들어 주거용 매매가 급증했다. 진행되진 않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서너 건 정도 중국인 고객을 만났다. 그리고 최근에는 은평구 등 주변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낮은 지역도 중국 고객들이 조금씩 접촉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만난 고객 중에도 근처 부동산을 알아보러 왔다가 은평구 등 주변 지역 중 비교적 싼 곳을 물어보는 중국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은평구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 연남동에서 싼 곳을 찾아 이쪽으로 투자를 하려는 중국인들에 대한 소문은 들은 적이 있지만 아직 실제로 거래를 성사시킨 고객은 없다. 다른 부동산에선 중국인들과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들었다. 이쪽까지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알아보는 걸 보면 아마 연남동 일대는 포화상태고 가격도 비싸서 근처인 이쪽까지 관심이 퍼져나간 게 아닐까 싶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일대에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 전용 84㎡형 5가구는 중국인이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3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10여 가구는 중국인이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마포구와 은평구 일대는 중국인들의 거주 목적으로 부동산 구매가 증가한 추세를 입증했다.

강남 일대 투자성향 강한 구매 형태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 쇼핑을 하기엔 비교적 이른 시간인 서울 신사동의 ‘핫 플레이스’인 가로수길(서울 도시철도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현대고등학교 앞으로 통하는 은행나무길)에서 옷을 구경하고 있는 중국인 천모(30)씨를 만났다.

그는 “평소 한국에 쇼핑, 휴양, 여가를 주목적으로 오지만 이번엔 커피숍을 창업하기 위해 왔다”라고 했다. 아직 커피숍 부지 선정을 하지 못한 그는 “가로수길은 매매 가격이 비싸 제외하고 강남이면 어디든 상관없을 거 같다”고 했다.

혹시 가로수 길의 인기와 더불어 각광받는 세로수 길(서울 도시철도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의 도산공원에서 150m 거리에 있는 가로수 길의 양옆 골목을 따라 흩어져 있는 길)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그곳도 가봤지만 세로수길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가로수길 근처 공인중개사 D씨는 가로수길 일대 중국인의 상업용 목적 부동산 문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 고객들이 빌딩 매입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파다하다”라고 했다.

“세로수길 같은 경우도 가로수길 호황 때문인지 덩달아 입소문이 나서 땅값이 급등했다. 중국인 고객이 세로수길까지 접근한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인지도도 낮고 땅값도 비싸 VVIP 고객이 아닌 이상 매매 성사는 어렵다”고 답했다. 덧붙여 “빌딩 매매는 투자목적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중소형 빌딩 전문 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7월 압구정동 성형 관광을 겸해 방문한 중국인들에게 가로수길 등 강남 주요 상권 대로변을 중심으로 100억~200억 원대 건물들을 소개했다.

이에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이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형태에서 개별 여행을 선호하게 되면서 가로수길이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며 이 때문에 중국 부유층들이 강남 상가빌딩 투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중국인들이 사업을 하기 쉽고 익숙한 연남동에서 소규모로 부동산을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투자 목적으로 강남으로 이동해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부동산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최고층은 호가만 1억 원을 웃돌 정도로 비싼데도 중국인들이 많이 보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연남에서 주변 은평구까지, 신사동에서 강남 전체로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반경을 넓혀가고 있으며 투자목적 또한 점차 다양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인터뷰한 연남동 지역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거래 때문에 땅값이 터무니없이 오른 곳도 많다”고 전했다. 또 “이런 이유로 연남동 일대는 매물도 잘 없고, 있어도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