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대표 문제 해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정운호 게이트'로 구속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이모(52)씨가 "오죽하면 (정운호) 별명이 '일기예보'. 아침 저녁으로 성격이 바뀐다. (홍만표 변호사를 통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짜증을 냈다"면서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법정에서 드러냈다.
이씨는 정 전 대표로부터 사건 담당 재판부 청탁 명목의 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씨는 정 전 대표, 홍만표(57·사법연수원17기) 변호사와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질 무렵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 심리로 열린 홍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이씨는 정 전 대표가 마카오 원정도박 사건으로 구속 위기에 처하자 홍 변호사를 탓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정 전 대표는) 자기에게 이익이 안 되면 무조건 짜증을 낸다"며 "구속은 피하고 싶었는데 되지 않자 '홍 변호사에게 돈만 많이 쓰고 되는 게 없다. (홍 변호사도) 이제 끈이 떨어졌나보다'고 푸념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모든 걸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정 전 대표는 자기 성공과 법적 문제 해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홍 변호사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김수천 부장판사(57·17기)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변호사의 변호인이 "정 전 대표가 홍 변호사의 노력을 알고도 뒤에서 욕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오죽하면 (정 전 대표) 별명을 '일기예보'라고 지었겠나. 그때그때 다르다. 아침저녁으로 성격이 바뀌고 조증 우울증이 심하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성격이 바뀐다면 말도 번복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씨는 "7시에 약속하면 6시 58분까지 확인해야된다"고 답했다.
실제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대표는 검찰로부터 "허위 증언으로 홍 변호사의 죄책을 줄여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홍 변호사에게 전달한 돈이 청탁 명목이 아니라며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는 이날 이씨 증인신문을 마친 뒤 정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 부분 등을 진술 조서와 비교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홍 변호사가 검찰의 정 전 대표 도박 사건 내사를 인지하게 된 시점에 대한 공방도 있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이씨로부터 사건을 전해듣고 정 전 대표에게 자신에게 사건을 맡겨달라고 했다고 하지만 홍 변호사 측은 정 전 대표가 홍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아달라고 먼저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지난해 6월 강력부에서 정운호 도박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듣고 홍 변호사에게 '형이 한번 알아봐 주세요'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후 정 전 대표를 만났을 때 '홍 변호사를 선임했다'고는 듣지 못했고 '검찰 일을 보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의 변호인이 '검찰 일'이라는 표현이 변호인 선임과 같은 것 아니냐고 묻자, 이씨는 "변호사로서 원칙이 있지만 평소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 그리고 저의 관계는 가깝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정 전 대표가 홍 변호사를 찾았다"고 답했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정 전 대표의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수사와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3회에 걸쳐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 2011년 9월 네이처리퍼블릭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에 대한 감사원과 서울시의 감사와 관련, 서울메트로 임직원 및 고위 공직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거나 사건 수임 내역을 축소 신고하는 등 수임료 34억5600만원 상당의 소득 신고를 누락해 세금 15억5000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