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한국 해경정 침몰 사건’ 관련 발언 번복하며 적반하장

"中, 침몰 지점 좌표만 얘기하며 본질 논의 흐려"

2016-10-13     변지영 기자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지난 7일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한국 해경 고속단정을 공격해 침몰시킨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지난 12일 “한국이 집행 권력을 남용해선 안 된다”며 불과 하루 전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게 임할 것”이라고 말한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과 정반대되는 입장을 취하며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였다. 즉각 우리 외교부는 “정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부가 전날 추 대사를 초치한 상황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건 발생지점은 북위 37도 23분 6초, 동경 123도 58분 56초로 한·중 어업협정에 규정된 어업활동이 허용된 곳”이라며 “한국 해경은 이 해역에서 법 집행을 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 측은 이미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 유관 부문에 엄정하게 문제를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이 법 집행 과정에서 무력 사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렇게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갈등만 격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의 발언에 즉각 우리 외교부는 당초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다가 해경에 발각된 지점은 우리 수역 내였고, 국제법상 도주하는 타국 선박을 추적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합법적 조치였다며 반박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발표한 ‘정부 입장’을 통해 “우리 해경이 사용한 추적권은 한·중 양국이 모두 가입한 유엔 해양법 협약상 허용돼 있는 권리”라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행위 및 공권력 도전 행위에 대한 우리의 대응 조치는 확립된 국제법과 우리 국내법에 의거해 이뤄진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당시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다가 적발된 지점은 북위 37도 21분 17초, 동경 124도 2분 28초로 우리 수역 안에 있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외국 선박이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연안국의 법령을 위반하고 달아날 경우 공해 상까지 추적해서 나포할 ‘추적권’을 인정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경의 정당한 법 집행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사실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침몰 지점 좌표를 갖고서만 얘기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크게 흐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네티즌 95%는 “한국이 중국 어선 조준 사격을 승인한 조치는 과격한 반응“이란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12일 중국 관영 언론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실시한 '중국 어선을 포격할수 있도록 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과격하다고 생각하는가'란 주제의 온라인 투표에서 95%가 '그렇다', 5%는 '아니다'를 선택했다.

이 같은 통계치는 한국을 보는 중국 내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됐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 정부 당국이 자국 어선을 두둔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관영매체들이 '적반하장'의 태도로 접근하면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 같은 여론 악화에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