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종사 여성 노동조합 설립한다…요양원ㆍ퇴직금 제도 운영
“일과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에 ‘노조’라 명칭 붙여”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모임 한터전국연합회가 이번달 말 성매매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을 만든다. 종사 여성들이 자기 인권과 권리를 위해세력으로부터 방어하고 자기 권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결사체를 만들겠다는 것. 200여명의 여성이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요양원을 설립하고 내년 초부터는 퇴직금 제도도 운영할 예정이다. 비용은 조합원들이 모아 마련하되 일부는 업주들에게 기탁 형식으로 기금을 받을 계획이다.
국내에선 성매매가 불법이다. 2004년 9월23일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에 의해 성매매를 한 대상자는 물론 알선 행위를 한 사람도 모두 처벌 받는다. 이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한터전국연합회는 일과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고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대표는 “탈 성매매를 위해서 또는 성매매를 하는 중에 적대세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힘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며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자주적으로 지켜나가는 사항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포주(업주)들이 감금 상태에서 위압감을 조성해 강제적으로 일을 시키고 제대로 소득 분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요인에 의한 자발적인 성매매가 대부분인 만큼 업주들이 부당한 소득분배를 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로서 성매매 노동조합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2002년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 이후 여성을 감금하거나 폭행하며 강제적으로 성 노동을 시키는 경우가 싹 사라졌다”며 “여성도 성매매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한 만큼 소득이 얻어지면 경제력을 갖출 수 있게 되고, 경제력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탈 성매매에 이르게 되지 않겠느냐”며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소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이 나올 것이고 복지제도에도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 피의자 올해 크게 늘어
성매매특별법은 시행된 지 12년 만인 올해 3월31일 합헌 결정이 났음에도 집장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가 올 들어 오히려 크게 늘었다.
경찰청이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성매매 검거 인원이 작년에 5백 50명에서 올해는 8월까지만 8백명을 넘어섰다. 전남의 경우는 2백40명에서 339명으로 백명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인권단체는 성매매는 욕망의 문제가 아닌 인간 윤리와 존엄 차원에서 반드시 규제하고 없어져야 할 범죄행위라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이 나기 전날인 지난 3월30일 리얼미터가 성인 538명을 대상으로 성매매특별법 관련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4.2% 포인트)를 한 결과, 폐지 43.2%, 유지 37.4%로 여론은 폐지 의견에 손을 들었다.
주 사안은 생계형 성노동자도 처벌대상이냐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건전한 성 풍속 생각하며 간통은 합헌이고 성매매는 불법이냐’, ‘일관되게 판결하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성매매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해소를 위한 사회의 필요악임을 방증해준다.
강 대표는 “집장촌(성매매 집결지)이 없어지면 결혼하기 전 젊은이들이나 기러기 아빠 등 욕망을 해소할 수 없는 분들은 어떻게 하느냐. 너무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성폭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성매매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존을 위해서, 상대에게 위압적이지 않게 합의 하에 이뤄지는 성 노동자만이라도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부분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이 탈 성매매에 이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자유로운 네덜란드 문란하지 않아
성매매특별법으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에서는 성매매가 원칙적으로 범죄가 아니었다. 그러다 1999년 성매매를 금지, 처벌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런데 처벌 방식이 우리와는 달랐다. 우리나라는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그리고 알선업자(포주)까지 관련자 모두를 처벌하는 반면 스웨덴은 성구매자와 알선업자만을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성판매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리고 성판매자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 재활해서 스스로 자립하고 살 수 있도록 늙어 죽을 때까지 관리해준다.
2000년 서울 종암경찰서장 재직 시 관내 집창촌이던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여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김강자(71)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집창촌을 양성화해 성매매 여성의 자립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부도 사회도 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정책이었던 ‘성매매와의 전쟁’은 초기에는 조직폭력 와해, 집창촌 철거 등 대대적인 효과를 거뒀으나, 지속적인 법 조항 및 실행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와 논의가 부족해 이후 범죄 및 불법 성매매를 지하세계로 끌어들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강 대표는 “스웨덴의 성매매특별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한 가지 요인은 스웨덴은 기차만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근접한 거리에 성매매가 자유로운 유럽국가가 있어 굳이 스웨덴에서 법을 어겨가며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성매매는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계속되어 왔고 많은 나라가 이를 고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놀랄 만큼 자유로운 성매매가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교수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며 “성매매가 자유롭게 허용된다고 해서 그 나라가 정말 문란하지도 않다. 성매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범죄는 피해자가 있을 때 처벌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성매매의 피해자는 진정 누구인지 다시 원점에서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