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서 잡아먹힌 개’ 사건으로 본 개 식용문화 법적쟁점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지난 달 28일 전북 익산에서 실종된 반려견을 주민들이 잡아먹은 사건의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죽은 반려견의 주인과 주민들의 주장이 달라 이를 법적 쟁점 위주로 정리해 봤다. 열 살 난 잉글리시 쉽독 종인 하트를 키웠던 반려견의 주인인 채모(33.여)씨는 주민들이 살아있는 개를 잡아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죽어 있는 개를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씨는 “50~60대 남성 서너 명이 몽둥이를 들고 개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하트가 트럭에 실리기 전 외부 충격으로 숨이 끊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조모(73)씨 등 주민 4명은 “그냥 버리기 아까워 구워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만일 죽은 개를 잡아먹었을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살아 있는 개를 잡아먹었을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상 학대 혐의를 받게 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진다.
그런데 이 사건의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주민들이 반려견을 잡아먹기 전에 살아있었다는 정황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발견된 장소가 최초에는 도로 가운데였는데 다시 가 보니 도로변에 쓰러져있었다는 것. 이는 개가 당시 살아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으나 결정적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개 도축행위 사실상 규제 못해
이처럼 살아있는 개를 죽이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상 학대죄로 처벌받으나 개의 도축행위를 사실상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허가받은 작업장이 아닌 곳에서 가축을 도살· 처리하거나 가축을 도살· 처리해 식용으로 사용 또는 판매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축이라 함은 소, 말, 양(염소, 산양 포함), 돼지(사육하는 멧돼지 포함), 닭, 오리, 그 밖에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 메추리, 꿩, 당나귀가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가축들에 대한 불법적인 도축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공중위생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축의 개념에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개를 도축하면 동물보호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자가 조리・판매 위한 도살 처리의 경우 과태료 처벌
소·말·돼지 및 양을 제외한 가축을 소유자가 해당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행위를 자가 조리·판매라 부른다. 이러한 조리·판매 행위를 하려고 가축을 도살·처리하는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바에 따라 위생적으로 도살·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위반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그러나 개의 경우 여기서 말하는 가축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진솔의 강민구 형사전문변호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보신탕집에 공급되는 개의 경우 도살할 법적 근거가 없어 동물보호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자기 집에서 기르는 개를 잡아먹거나 파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가혹행위, 솜방망이 처벌
이 사건과 같이 살아 있는 개를 죽이는 경우에는 그것이 반려견이든 식용으로 키우는 개이든 상관없이 동물보호법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즉 개는 식용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동물이므로 모든 개는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본인이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죽여도 고작 벌금 2-30만원에 처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사례를 짚어 본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자신이 기르는 진돗개를 공격한 이웃집 맹견을 전기톱으로 죽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로트와일러 전기톱 살해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재물손괴 혐의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수원지법은 지난해 7월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이웃집 개 10마리에 제초제를 살포한 정모(67)씨에 동물보호법을 적용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개 1마리 당 10만원을 적용한 셈이다.
한편 외국의 경우 반려동물 위해에 대한 법적 규정이 강한 편이다. 독일의 경우 민법조문에 반려견이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했고, 영국은 이웃집 고양이를 죽이려고 시도한 사람에게 징역 20주의 처벌을 한 예도 있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법을 강화해달라고 청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 수의사법 개정 촉구
최근에 강아지공장에서 개의 제왕절개 수술을 수의사가 아닌 개주인이 직접 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현행 수의사법에 의하면 동물 사육자가 수술과 투약 등 자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들의 진료, 투약 행위로 반려동물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동물보호단체들은 수의사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