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리아 블프 ‘코리아세일페스타’ 직접 가보니…
“정기 세일과 다름없다” vs “상품 다양해져 좋다”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한국 관광 상품이자 내국인 내수 확대를 목표로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한 층 업그레이드시킨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지난달 29일 막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많은 제조업체들의 참여와 다양한 볼거리 등을 준비하고 온라인 유통 업체들의 참여까지 성공시켜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이목을 끌었다. 11일간 열리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세일페스타’의 개장 첫날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지난해 10월 1일 내수 회복을 위해 기획된 세일 행사인 ‘한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추석 소비심리를 연장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일부 백화점들의 이익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가을 정기세일과 큰 차이가 없다”, “제조업체의 세일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 “홍보기간이 짧아 잘 몰랐다” 등 소비자들의 아쉬운 목소리를 들으며 막을 내렸다.
2016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볼 것 없고 살 것 없다’는 혹평을 만회하기 위해 민관이 합동해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참여업체 수는 지난해 92개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 입점·납품업체 1500여개, 대형마트 납품업체 1000여개까지 참여한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유통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할인율을 높였다. 할인행사는 10월 9일까지 11일간 열리고 지역별 55개 문화축제와 외국인 대상 관광 프로그램은 10월 31일까지 펼쳐진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오후 5시 서울시 중구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했다. 백화점 안은 여유로웠다. 5층 이벤트 홀에 위치한 ‘아웃도어 대전’ 코너 등 할인 폭이 높은 상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일부 장소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코리아세일페스타로 오늘 하루 손님이 많았나’라는 질문에 한 백화점 관계자 측은 “행사 시작 할 때만 해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한산하다”고 답했다.
얼마나 달라졌나
아웃도어 대전 코너에서 나오던 손님 권모(50대·여)씨는 “미국 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생각하면 안 된다. 세일 폭이 그냥 정기 세일이랑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손에 한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내려가는 한모(40대·여)씨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원래 사고 싶었던 물건도 사고, 온 김에 겨울 대비 아웃도어 제품도 살 수 있어 기쁘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제조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가전제품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퇴근 후 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남편에게 줄 전자 면도기를 선물하려던 이모(36)씨는 상품이 다 팔렸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 씨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도 물건을 구매했었는데 올해가 상품들이 다양하고 많아져 세일 기간 안에 몇 번 더 방문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두타몰을 방문했다. 지난해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이어 2016 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참여한 두타 몰은 입구에 전 층 할인율을 적어 놓은 입간판뿐 아니라 층층마다 할인율을 적은 플랫카드를 달아놓았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입점해있는 두타몰 1~6층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7~9층에 있는 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에 대비하면 간간이 옷가게에서 옷을 들춰보는 손님들뿐이었다.
기자가 직접 한 매장을 방문해 행사 기간에 맞춰 세일하는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매장 판매원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맞춰 세일하는 품목은 따로 없고, 자체적으로 세일하는 상품은 있다고 대답했다. 3층 여성 신발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해 워낙 기대하지 않고 왔지만 물품이 완전히 재고떨이 수준이다. 매장 마다 겨우 10% 정도 할인 하더라”며 “지난해에 비해 행사가 많이 확대된 것 같긴 하지만 물품을 좀 더 신경 써서 판매하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비췄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첫날의 반응은 엇갈린다. 제조업체들의 등장으로 일부 품목에 있어서는 재고가 벌써 다 떨어진 물건들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굳히기엔 행사 자체가 아직 보완 할 점이 많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난 번 행사 후에도 지적됐던 각 브랜드별 정기 세일과 행사가 맞물려 있다는 것과 세일 폭의 한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대한민국 최대 쇼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정부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개최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확장판이다. 유통, 제조업계뿐 아니라 관광, 문화업계까지 동참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 금요일을 뜻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최대 규모 세일 행사 기간으로 2000년대 들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미국의 기업들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에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정부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백화점, 온라인 쇼핑 등 92개 업체, 3만4000여개 점포 등이 참여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의 매출은 2014년 같은 기간보다 24% 급증했으며, 매출증가액은 2669억 원에 달했다. 온라인쇼핑몰의 매출 증가액도 전년보다 28.9% 늘어난 2161억 원이었으며 전자랜드, 하이마트 등 전자제품 유통전문업체의 매출 증가액은 20.9% 늘어난 3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수치로만 살펴본다면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블프 행사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게는 60%에서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도 있는 반면 ‘코리아 블프’는 정부의 주도하에 유통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할인 폭에 한계가 있었다.
직매입이 안 되는 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의 구조상 80~90% 할인보다는 20~30%에 그치는 세일을 하거나 1+1 행사가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름만 ‘블랙프라이데이’일 뿐 실상은 정기 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론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