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아수라’, 살아남기 위한 악인들의 ‘생즉사 사즉생’

2016-09-27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느와르 장르를 개척해온 김성수 감독이 들고 온 영화 ‘아수라’는 악의 완결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물고 물리고 악의 생태계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서는 단 한치의 선도, 로맨스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악이 존재할 뿐이다.

영화 ‘아수라’는 추석시즌을 넘긴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온전한 모습을 선보였다.

‘아수라’의 첫인상은 제목만큼이나 강렬했다. 정우성을 비롯해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으로 이어지는 캐스팅도 매력적이다.

영화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의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담아냈다. 한도경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해결사다.

그는 박 시장의 이복동생이자 말기 암 환자인 자신의 아내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뭐든 가리지 않는 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이 한도경을 궁지에 몰아넣고 증거를 찾아오라고 압박한다.

한도경은 악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분)을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지만 결국 또 다른 악인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이들의 물고 물리는 관계는 치열했다. 흡사 한국사회의 일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더욱이 정우성의 시종일관 망가져 있는 모습은 반갑다. 물론 정우성의 탁월한 외모는 망가진 모습도 훌륭하지만 그간의 동떨어진 세계의 인물보다 훨씬 친근하다.

여기에 악덕시장 황정민과 곽도원의 빛을 발하는 연기는 극의 균형을 맞췄다. 극 속 등장하는 악인들 각각의 불균형이 없다는 점도 이번 작품의 백미다.

영화 ‘아수라’는 그간 한국영화들이 갖추고 있던 공식들을 깨버리면서 철저히 한국형 느와르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그 흔한 로맨스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제대로 된 여자주인공 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결국 부수적인 것들을 버리면서 영화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이끌어냈다.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번 작품에 대해 김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시시한 악당을 주인공을 삼고 싶었다”며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기에 열심히 살지만 보상도 못 받고 늘 위기의 순간에 정점이 돼 있는 힘없는 악당이 절벽까지 내몰려서 결국 자기 주인을 물어뜯어야 하는 악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 감독의 말처럼 이번 작품에서 선악의 의미는 담겨있지 않다. 오로지 악의 세계만이 담겨져 일말의 희망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극 후반 누가 더 악인일까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누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한국형 범죄느와르 장르는 ‘아수라’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그간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어던지면서 범죄느와르의 새로운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대중적인 공감대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