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율 70%지만 부작용 사례 무시할 수 없어

[긴급진단]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

2016-09-23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6월 20일부터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됐다. 이로써 만 12세(2003년 1월 1일생~2004년 12월 31일생) 여자 아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게 됐다.

자궁경부암은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체 암 중에는 4위다.

자궁경부암의 약 80%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긍정 … 심리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심인성 반응일 뿐
부정 … 백신 성분이 체내에서 면역 이상 등 일으킨 것

자궁경부암은 암 중에서 유일하게 예방 백신이 있는 암이다. 여성들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백신을 맞을 경우 암 예방률이 70%다. 정부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킨 이유다.  

전문가들은 백신은 어릴 때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만큼 성 경험 이전에 맞는게 좋기 때문이다. 실제 15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접종하는 경우, 성인보다 면역반응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호주와 미국에서도 백신 예방접종을 시행한 뒤 자궁경부암 감염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현재 자궁경부암 국가필수예방접종을 통해 맞을 수 있는 백신은 가다실과 서바릭스 두 종류다. 두 백신 모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16형·18형 혈청형이 들어 있다. 하지만 가다실의 경우 자궁경부암 외에도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예방효과와 생식기 사마귀를 100% 가까이 예방할 수 있어 남성들이 접종하기도 한다. 

일본, 기억력 저하
월경 이상 증상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우수한 예방효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부작용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백신 부작용은 접종부위 통증, 발적, 발열, 피로감 등이다. 하지만 실제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 콜롬비아 등에서는 앞선 증상 외에 심각한 부작용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나고야시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에게서 나타는 부작용이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나고야 시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자에게서 나타난 몸의 통증과 기억력 저하 등이 백신 접종과 관련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9월 14~21세 여성 약 7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그룹과 하지 않은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는 1차 분석 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그러나 이달 나고야시는 최종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통계학적 분석은 곤란하다”며 백신 접종과 부작용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을 회피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나고야 시는 백신 접종 후 ‘심하게 머리가 아프다’, ‘기억력이 나빠졌다’ 등 24가지 항목에 대한 백신 접종 부작용 유무를 물었다. 그 결과 백신 접종자 중 ‘기억력 감퇴’, ‘월경량 이상’ 등 4개 항목의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었다.

일본에서는 2009년 12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출시됐다. 2014년 11월까지 약 338만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으며 이들 중 약 2600명이 두통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또 일본 정부는 2013년 4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1학년 나이의 여성들에게 무료 정기 접종을 실시했지만, 백신 접종 후 통증이나 경련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2개월 후인 6월부터 정기 접종을 중단하고 적극적인 접종의 권장도 중지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몸에 통증과 운동장애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15~22세 여성 64명이 정부와 제약회사 2곳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7월 27일 도쿄 및 4개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백신 성분이 체내에서 면역 이상 등을 일으킨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에 제기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1500만엔 우리 돈으로 약 1억6500만 원이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부작용은 콜롬비아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7월 10일 콜롬비아 북부 까르멘 볼리바르 지역에서는 수백 명의 여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 모여 백신을 처방한 학교 측에 항의하며 교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기도 했다. 

콜롬비아, 실신
발작에 부정맥까지

학부모들은 딸들이 백신을 맞고 두통을 호소하거나 발작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실신까지 했다며 부작용을 호소했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독일 제약회사 머크가 만든 가다실을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백신에 대한 부작용 등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콜롬비아 볼리바르 지역에서는 2013년 7월부터 가다실 접종이 시작됐다. 두 번째 접종은 2014년 3월 실시됐다. 

안전한 백신 사용을 촉구하는 사이트 ‘세인백스(SaneVax )’는 “볼리바르의 몇몇 여학생이 가다실을 맞은 뒤로 어지럼증, 부정맥, 그리고 심각한 두통을 호소했다”며 “부작용으로 인해 응급조치를 받은 여학생이 800명에 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 국제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는 전 세계에서 수집된 안전성 정보의 종합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 안전하다고 5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65개국, 약 2억건 이상 접종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인됐다. 

문제는 일본, 콜롬비아 등 우리나라보다 먼저 백신을 맞도록 했던 국가들에서는 속속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성명을 통해 일본의 일부 여성이 제기한 자궁경부암 백신의 이상반응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세계보건기구가 세계적인 발생 현황을 검토해 안전함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의 보건당국도 대규모 접종 기록을 바탕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재확인했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다른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부작용에 대해 심리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심인성 반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기관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작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백신에 대한 재검증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