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반도] 지진 대비 이색 상품들

“난 내가 지키겠다” 각자도생...천막·헬멧 등 재난용품 불티

2016-09-23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연이은 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진 대비 물품 등을 알아보는 일반인들이 늘고 있다. 아울러 ‘생존배낭’을 꾸려야한다는 글이 유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 안에 들어가는 물품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진 대비 물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조언하면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일본서 ‘생존가방’ 주문…주차도 담장 옆엔 안 해
  지진경보 앱 설치하고 대피장소 미리 확인해둬야

최근 SNS상(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울산의 한 시민이 꾸린 비상배낭’(사진)이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배낭을 비롯해 물, 손전등, 침낭, 비상식량, 휴지, 행동요령 매뉴얼 등이 꼼꼼히 적혀 있다.

사진을 올린 주인공 A씨는 한 인터뷰에서 “몸이 흔들리는 지진을 3차례 당하고 나니 너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면서 “며칠 견딜 배낭을 꾸려 현관에 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낙하물로부터 머리를 보호할 ‘헬멧’과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라디오’를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에 사는 권모(37)씨도 지난 12일과 19일 두 차례 지진을 경험 후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서 ‘48시간 생존 가방’을 주문했다.
권 씨가 매입한 가방에는 물과 비상식량, 손전등, 침낭, 각종 약품, 로프 등 재난(災難) 상황 때 생존을 돕는 물품들이 들어 있다.

비상식량·안정제 구입 늘어

비상시에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 여행용 가방처럼 바퀴가 달려 있는 이 가방은 구성품에 따라 10만~40만 원 선에서 판매된다. 권 씨는 “지진이 잦은 일본엔 이런 ‘생존 가방' 하나 없는 집이 드물다는 말을 듣고 외국 사이트까지 찾아 구매했다"며 “뭘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정부만 믿고 있자니 불안해서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과거 대형지진을 겪은 바 있어 우리나라보다 대비물품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만큼 최근 주문량도 늘고 있다.
일부 국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지진 대비 물품을 구매를 대행하는 일이 성행하기도 한다.

지난 21일 현재 인터넷 블로그를 중심으로 ‘일본방재협회’의 인증을 받은 지진 대비 머리 보호 방재두건을 해외 배송한다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는 “지진대비요령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머리를 보호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아직 정확한 매뉴얼도 없어서 불안감만 커질 뿐이죠"라며 머리 보호를 위해 방재두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병원·약국에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처방을 요청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약사 김 모(경주시 황남동)씨는 “지진에 놀란 뒤 청심환이나 수면제 등을 찾는 사람이 평소보다 4~5배 늘었다”며 “남성보다는 주로 여성들이 이런 약을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한 재난대비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전력을 만들 수 있는 ‘자가발전플래시'와 물을 정화하는 물품인 ‘라이프스트로' 주문이 많아졌다"며 “평소 11~12건 가량의 전투식량 주문이 많게는 100여 건으로 증가해 대략 10배는 증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진 대비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또한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참고하자는 반응이다.

네티즌 kil***는 “페이스북을 보니 많은 분들이 지진을 대비해서 물품을 사고 있다. 대부분이 음식물과 랜턴 그리고 마스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에 덧붙이면 밑창이 좀 두텁고 단단한 운동화나 등산화가 필요하다. 이는 지진 발생 시 건물이 무너지거나 유리창이 떨어지면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장갑도 필요하다. 위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면타올도 필요한데 먼지도 피하고 불길이 있을 때는 요긴하게 사용된다"고 밝혔다.

1***도 “일본 지진 대비 물품에 인화된 가족사진 생각도 못했다.....폰 충전도 힘들테니 가족 찾을 때 당장 보여줄 수 있어야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일부에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ev66***는 “호들갑이다. 저런 거 준비할 정도로 큰 지진 올 가능성 적다"면서 “오히려 주변 불안감만 키우는 거다"고 반박했다.

지진계 애플리케이션 인기

재난대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난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재난 예보·경보를 믿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외국에서 만든 ‘지진 경보 어플'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상청의 데이터를 이용해 지진 경보를 울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앱) ‘유레쿠루(지진이 온다는 뜻) 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SNS를 통해 이 어플을 알게 됐다는 박철민 씨는 “일본어로만 돼 있어 불편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안전처보다 정보가 빠를 것 같아 다운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까지 큰 지진이 모두 영남 일대에 집중됐지만 공포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만큼 당분간 이슈로 떠 있을 전망이다. 지진 최초 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에서도 지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큰 일 없이 지나간다해도 걱정스런 마음에 대비물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유통업체의 발 빠른 움직임이 재난대비 상품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