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은행 총파업, 눈치보다 못나왔나…시중은행 대체로 정상운영

노조측 vs 정부 추산 1만8000명 차이

2016-09-23     변지영 기자

예고파업 등으로 시중은행 영업점은 대체로 정상가동

일부 은행 본점인력 파견 등 비상대책 가동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예고대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23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번잡함을 예상한 내점 고객들이 평소보다 줄어든데다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아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큰 무리 없이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했다.

이날 10시경 서울 마포구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금융노조의 총파업 선고식이 열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파업에 1만9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은행별로 기업은행이 4000명으로 가장 많고, 농협 3700명, SC제일 1800명, KB국민 1500명, 씨티은행 12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참여한 파업참가자들의 절반이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직원들인 것으로 추계됐다.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현장 노조원이 집계한 파업참가자는 약 3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해고연봉제 저지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투쟁열기가 집결된 결과”라며 “정권과 사측에 당사자인 금융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은행별 참여율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반면 금융감독원이 사측을 통해 이날 오전 9시 근태를 기준으로 파악한 파업 참가자 수는 약 1만8000명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은행들 사이에서의 파업 참여 편차도 두드러졌다.

거래 고객 수가 많은 4대 시중은행(신한, KEB하나, KB, 우리)의 참여율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17개 은행(산업, 우리, KEB하나, 국민, 기업, 신한, SC제일, 씨티, 수출입, 농협, 수협은행 등)이 참여했으며, 전체 직원 대비로는 15%, 조합원 대비는 21%의 참여율이다.

실제 이날 오후 2시경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명동 인근 시중은행 점포들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상 출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 매체는 23일 한 시중은행 지점 창구 직원이 “위에서 파업에 가지 말라고 막아서 참여율이 낮았다”며 “지점당 한명 정도만 간 곳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파업참여율이 높은 일부 은행들의 창구는 일부 빈 곳들이 있었다. 다만 평소 보다 내점 고객이 적어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파업이 미리 예고되고 언론을 통해서 많이 보도된 탓에 전날 은행 업무를 본 고객들이 많았다”며 “평상시 금요일 오후시간 대비 내점 고객 수는 많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다만 노조원들이 모두 파업에 참여해 비상근무가 불가피한 곳도 있었다.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직원들은 모두 비노조원들”이라며 “창구를 비울 수 없어서 점심도 배달을 시켜먹었다”고 전했다. 이 은행은 본점 인력 200명을 지점에 파견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대외영업이 필요한 업무는 최대한 자제하고 내부 창구 업무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금융권 총파업은 2000년과 2014년 파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2년만의 금융권 총파업에도 전국 은행 영업점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파업 참여율이 높은 은행은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운영하거나 본점 인력을 파견하는 등 비상대응을 통해 총파업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의 목적은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의 조기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 다.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심지어 은행권 사측 대표(사용자협의회)가 금융노조와 산별협상을 하던 와중에 개별 성과연봉제에 따라 저성과자 해고제까지 도입하는 것을 요구하자 반발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를 이른바 ‘해고연봉제’라 부르며 총파업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한국은행도 파업으로 금융 전산망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오후 5시 30분 경으로 한은 금융망 마감 시간을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