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해] 제 53회 수원화성문화제…정조의 얼을 품다
[일요서울 | 수도권 강의석 기자] 정조대왕은 진정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꿨다. 반대파를 제거하기 보다는 용서하는 탕평을 통해 대통합을 추진했다. 정조가 추진한 개혁은 화성의 건설로 이어졌다. 화성은 부친인 사도세자의 무덤 이장을 계기로 조성된 성곽이었다. 화성은 자신이 개혁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를 시험하는 무대로 삼고자 했다. 즉 수원화성은 부모님을 향한 효심에서 시작해 백성 전체를 아울러 화합하려는 정조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수원의 깊은 역사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화성은 조선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복합 건축물이면서 동시에 왕의 지극한 효심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28개월 만에 화성이 완공되자 정조는 낙성연을 열어 백성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자주 화성을 찾았다.
정조가 화성에 그토록 정성을 기울인 이유는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거기에서 나아가 모든 백성들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13차례나 화성을 방문했는데 특히 1795년 을묘년,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기념해 7박 8일 동안 머물며 다채로운 축제를 열어 민심을 굽어 살폈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이러한 정조의 마음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그 뜻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축제다. 올해로 53회를 맞이하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수원화성축성 220주년을 맞아 예년의 축제들을 뛰어넘는 규모로 관객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특히 2016년 수원화성방문의 해와 맞물려 더욱 의미 있는 문화축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화성문화제 50년 변천사
올해로 53주년을 맞은 수원화성문화제는 진주개천문화제, 한산통영문화제, 진해군항제 등과 더불어 50년 이상의 전통을 간직한 축제 중 하나다. 1964년부터 시작해 이후 50년이란 역사만큼이나 내용과 형식면에서 다채로운 변모를 거듭했다.
1964년 경기도청 청사(수원 이전) 신축 기공식날인 10월 15일을 기념해 처음으로 개최(수원시민의 날)했으며 축제명 후보로 경기·수원·화홍·팔달 중 ‘성곽의 꽃’이란 뜻의 ‘화홍문화제’로 선정해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70년대에는 수원화성 성곽 복원과 함께 수원의 역사성을 표출하는 축제로 발돋움해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화산릉(융건릉)참배(1974)·전국효부효자상 선정(1975년) 등의 행사로 ‘효원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전국민속경연대회의 추진으로 전국 규모의 축제로 거듭나게 됐다.
80년대에는 화홍문화제로 하나 된 수원을 창출하면서 난파음악제, 수원시체육대회 등 각종 문화체육 행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90년대 수원화홍문화제는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대기업 후원 등 자생적인 문화제로 발전했으며 동시에 수원의 대표적인 먹거리 ‘수원갈비’를 소개(1995년)했다. 또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록(1997)됨으로써 ‘정조대왕 및 혜경궁 홍씨’ 선발대회를 개최(1998년)하게 됐다.
2000년~현재까지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난 수원화성문화제는 화홍문화제에서 '수원화성문화제'로 명칭을 변경했고 시민퍼레이드 등을 첨가해 수원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조선의 현장 속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색이 아름답게 스며든 재연공연은 우리가 서있는 장소에서 시간만을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정조는 누구보다도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왕이다.
그 덕분에 을묘원행은 역대 의궤 중 보기 드물게 사용했던 소품 하나하나의 색상까지 아주 상세하게 기록됐는데 그 때문에 오늘날에도 완벽에 가까운 재현이 가능하다.
지난 축제에서 하루 동안만 재연되었던 진찬연이, 올해는 축제 첫째 날과 둘째 날 이틀 동안 이 의궤를 따라 더욱 철저한 고증을 통해 관객들에게 조선왕실연회의 정수를 보여준다.
왕의 행차, 왕의 군대
축제 둘째 날인 오는 10월 8일에는 서울 창덕궁에서 능행차 행렬이 출발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정조대왕 능행차재연은 올해 최초로 을묘년 원행을 전 구간 재현한다.
조선최대의 왕실행렬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다. 이 행렬에는 시민체험단이 참여해 그 의미를 더한다.
능행차 행렬이 행궁에 들어서고 날이 저물어오면 화성의 동쪽 창룡문에서 조명이 아름답게 장식한 성곽을 배경으로 야간무예공연이 폐막을 알린다. 무예실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정조는 자신의 친위부대인 장용영을 조직했는데, 화성을 방문할 때 야간군사훈련을 해 그 위엄을 보여줬다고 한다. 폐막연에서 장용영군사들의 야간훈련을 마상무예와 화려한 기예로 승화한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함께 완성해가는 참여형 축제
수원화성문화제는 대표공연 외에도 수원 곳곳의 크고 작은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의 야간음악회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아름다운 등불로 수놓아진 수원천을 가족, 연인과 산책하며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도 있고, 체험형 상설프로그램에서는 무예체험을 해보거나 거중기의 원리를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있다. 또 정조시대에 맞게 정약용, 김홍도와 같은 인물들로 구성한 재미있는 테마 이벤트들도 있으니 직접 축제에 뛰어든다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번 화려한 공연과 볼거리로 이목을 끌었던 개막연이 올해도 다채로운 볼거리로 수원화성문화제의 시작을 알린다.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개막연은 국궁터에서 열리며 오산시에서 준비한 거북놀이가 식전행사로 준비돼있다.
능행차 행렬이 끝나는 것과 맞물려 시작되는 폐막연은 무예공연으로 박진감을 더하며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군사들의 야간훈련을 마상무예와 화려한 기예로 승화한 공연 “야조(夜操)”는 관객들의 추억속에 아름답게 새겨져, 다음 축제를 기약한다.
또 수원화성문화제의 주된 행사인 혜경궁 홍씨 진찬연을 비롯해 백동수의 무과재현, 수원등불축제, 방화수류정 달빛음악회 등은 축제를 접하는 모든 이에게 감동과 환희를 안겨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혜경궁 홍씨 진찬연
궁중연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궁중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된 진찬연은 화성행궁의 역사성이 담긴 궁중정재 공연이다. 수원화성문화제의 꽃이라고도 불리며 1795년 정조대왕의 화성 능행 시 진행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그 원형을 두고 있다.
정조가 한양을 떠나 굳이 먼 화성에서 회갑연을 거행한 이유는 첫째, 수원부 화산에 위치한 아버지 장헌(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함이었고, 둘째로는 자신이 계획한 개혁도시 화성을 만천하에 보여 주고자 함이었다.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이러한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에 대한 원대한 꿈을 기리고자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이틀 간 재연한다.
무예브랜드 공연 “야조(夜操)”
53회 수원화성문화제의 무예브랜드 공연인 “야조(夜操)”는 2016년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맞이해 더욱 그 의미가 깊다. 이번 무예공연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고증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화려함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야조(夜操)”의 원형은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행차했던 넷째 날에 있었던 장용영군사들의 야간훈련에 있다. 정조는 화성방어를 위한 이 훈련을 직접 진두지휘해 백성을 지키려는 마음을 몸소 보여줬다. 관객들은 정조의 거침없는 무인의 모습, 백성을 사랑했던 모습, 그리고 그가 만든 장용영의 위상을 볼 수 있다.
백동수의 무과재현
1795년 을묘년, 화성행궁 내 낙남헌에서는 특별 과거시험이 치러졌다. 이 시험은 왕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문·무관을 선발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이 과거시험 중 무과시험을 재현한다. 재연하는 장소는 당시 실제 시험이 있었던 화성행궁 낙남헌이다.
장용영의 일원이었던 백동수의 이름을 딴 이번 공연은 군사들의 마상무예, 지상무예로 구성되며 일반 관람객도 과거 시험생으로 참여할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단순 관람형 행사에서 관객 참여형으로 재해석한 무과별시는 역사적 체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수원등불축제
형형색색의 조명과 전통 등불로 수원천을 밝혔던 수원등불축제가 올해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온다.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역사적이며 독창적인 요소를 살린 모습과 친환경 생태도시로서의 수원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예년 제작되었던 능행차 행렬 등불에 이어 올해는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 무예 24기를 등불로 표현했다. 등불은 친환경적으로 복원된 수원천위에 설치돼 사람과 자연, 자연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현장을 만들어낸다.
방화수류정 달빛음악회
방화수류정 달빛음악회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조명이 비춘 성곽을 배경으로,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고품격 창작국악 공연을 펼친다. 바로 옆 용연의 풍경이 더해진 음악회는 수원화성문화제 전과 행사 기간 중으로 나누어 총 4일에 걸쳐 진행된다.
4회 일정동안 매회 다른 팀이 출연하는데 첫 번째 날에는 에스닉 퓨전밴드 ‘두번째 달’이 현대식 감성의 판소리 춘향가를 들려준다. 두 번째 날에는 ‘AUX’의 뮤지컬 갈라 콘서트, 세 번째 날은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의 독특한 에너지를 지닌 창작 국악연주, 마지막 날은 국악밴드 ‘소름(soul:音)’이 전통국악과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진 창작곡을 선보인다.
이번 음악회는 공연과 더불어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체험프로그램은 선착순 사전접수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등은 방화수류정을 더욱 아름답게 밝혀줄 것이다.
오는 10월, 정조의 혼이 담긴 수원화성문화제는 타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