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출신과 측근 등 정예 요원 활약
2007-03-28 김대현
이명박 정세분석 비선 조직 ‘수송 캠프’ 공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 진영이 본격 경선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공식 채널의 발 빠른 움직임과 함께 비선조직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요서울>이 단독 확인한 이른바 ‘수송 캠프’는 종로구 수송동 P오피스텔 3XX호에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 이 전시장의 측근, 정치학 박사 등 11명으로 구성된 수송 캠프는 정보 수집 및 정세분석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는 게 캠프 주변의 설명이다. 이들은 관련 자료를 매주 1차례씩 이 전시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의 내용은 핵심 측근들도 ‘잘 모른다’고 할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이 전시장의 위력은 수송동 사무실과 유사한 비선조직의 ‘자발적’ 지원이 가미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이들의 ‘활약상’(?)을 추적해봤다.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 당내 경선이 양자대결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의 물밑 ‘정보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본진이 아닌 비선 캠프 등 외곽 지원세력의 ‘은밀한’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대세론이 공고해지면서 캠프 지원세력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선캠프의 움직임이다.
지난 3월 21일 <일요서울>이 단독 확인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P오피스텔 3XX호가 대표적인 케이스.
대선 정세분석 데이터 작성
이른바 ‘수송 캠프’로 알려진 이곳에는 이날 5~6명의 인사들이 내부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인종’을 누름과 동시에 문을 연 여직원은 “내부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 황급히 문을 닫았다.
이 전시장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송 캠프는 전직 국정원 출신 인사, 이 전시장의 측근, 정치학 박사 등 11명의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외곽 지원세력이다. 이들은 주로 정보 수집 및 정세분석 데이터를 작성해 매주 이 전시장에게 ‘주례 보고’를 한다.
이 전시장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이들의 주된 역할로 알려졌지만, 당내 각종 행사에도 참석하며 이 전시장의 ‘서포터즈’로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송 캠프는 이 전시장의 공식 대선캠프에는 소속돼 있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은 더욱 베일에 싸여 있다.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이들이 작성한 보고자료가 유출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안국포럼 관계자들조차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이 전시장측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수송 캠프는 정보분석 업무를 주로 하면서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송 캠프의 운영 경비는 ‘십시일반’으로 조달하고 있다. 내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갹출했다는 게 사무실 관계자의 답변이다.
주변 부동산 사무실에 따르면, P오피스텔 3XX호는 41평형대로 매입가는 세금을 포함해 3억3,000만원 선이다. 임대의 경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P오피스텔은 전세매물이 전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인근에서 가장 ‘목’이 좋은 오피스텔로 통한다.
수송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 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과대 포장돼 있다”며 “우리는 보조적 역할만 한다고 보면 된다. 사무실 경비도 더불어 마련해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수송 캠프는 아직까지 보안을 유지한 채 극비리에 운영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경우, 이 전시장의 대선캠프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홍씨는 이와 관련, “굳이 우리 사무실에 대해 숨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주군(이명박)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 늘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비선 조직의 움직임은 본 캠프인 ‘안국포럼’에서도 스크린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송 캠프의 경우 이 전시장의 핵심측근들이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안국포럼 이춘식 조직특보는 수송 캠프에 대해 “국정원 출신 인사와 정치학 박사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이들이 어떻게 (이명박 전시장에게) 주례보고를 하는지는 나도 자세히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 특보는 또 “얼마 전에 그곳(수송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윤 모씨를 만나니까, 우리 쪽을 돕고 있다길래 고맙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연락처도 모른다”면서 추가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일각에선, 수송동 사무실과 유사한 성격의 사무실이 추가로 운영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며, 이 전시장과의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연결된다는 것.
내부 관계자 “자발적 지원” 강조
이 전시장측 한 핵심 관계자는 “순수한 의도로 도움을 주고 있는 분들을 삐딱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언론에 나오면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 전시장의 대선 ‘베이스캠프’는 현재 안국포럼을 정점으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개인 사무실(여의도 소재), ‘한국의 힘’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조만간 안국포럼의 홍보라인이 여의도 대하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연대 총학생회장 출신 홍윤식씨가 ‘좌장’
이명박 전서울시장 비선캠프의 맞상대격인 박근혜 진영의 사무실은 마포에 자리잡고 있다.<본보 667호 6면 참조> 이 전시장 관련 정보 수집 및
정세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이른바 ‘수송 캠프’보다 앞서 운영되기 시작한 곳이 바로 박근혜 전대표의 ‘마포 캠프’다.
이곳은 지난 2000년 초부터 박 전대표와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홍윤식씨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강남에서 시행사업을 해온 인물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박 전대표의 ‘자발적 지지모임’을 만들어 마포 T아파트에 사무실을 냈다.
홍씨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포 캠프의 임무는 비선 조직을 운영하는 일이다. 그는 특히, 박 전대표의 신뢰를 받고 있어 본진 캠프에도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씨는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거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홍씨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우리는 박근혜를 지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마포 사무실을 소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본격 경선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들 비선캠프의 움직임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