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리콜이 스마트폰 업계에 미친 영향
경쟁업체 반사이익 ‘글쎄’…웃은 건 삼성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이슈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회사가 지난 2일 ‘배터리셀 자체 오류’가 발생한 갤럭시노트7에 대해 ‘전량 신제품 교환’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자연스레 생겨난 질문이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인 애플, LG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다’, ‘전량 리콜이 업계의 유행이 될 수도 있다’라는 등의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노트7’ 제품을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글로벌 리콜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경쟁업체인 애플과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리콜사태는 안전사고 위험성이 부각되는 이슈인 데다, 삼성이 갖고 있는 출시 시기 경쟁력까지 반감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LG전자, 애플 등의 신제품 발표시기와 맞물려 두 회사의 신제품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모양새가 됐다.
LG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7일 서울에서 각각 하반기 새 전략폰 ‘V20’ 공개행사를 진행했다. 앞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상반기 ‘G5’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채인식’이나 ‘S펜’ 등을 앞세운 삼성 ‘갤노트7’이 올 상반기 흥행한 ‘갤럭시S7’의 인기를 넘어서며 상대적으로 V20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는 이번 ‘갤노트7’ 리콜 이슈가 LG전자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7에 대해서도 “이번 이슈가 ‘예상치 못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은 “갤럭시노트7 글로벌 리콜은 아이폰7을 발표하는 애플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7일 아이폰7을 공개했다. 앞서 아이폰7은 전작인 아이폰6와 기능 등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여 ‘매우 지루한 발표 행사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외신들이 큰 선물에 비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리콜 발표가 없었다면 애플은 삼성전자에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부품 주문을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외신은 대만 디지타임스를 인용, “애플이 아이폰7의 공개 직전에 부품들의 발주를 10% 늘렸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아이폰7 공개를 앞두고 갑자기 발주 물량을 늘린 것은 아이폰7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그렇다면 정말 두 회사는 반사이익을 얻었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재까지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아이폰7 공개 후 여전히 혹평이 잇따르고 있으며 V20 공개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 향후 본격적인 출시 후 상황을 지켜봐야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반사이익은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콜, 좋은 선례로 남을 듯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손실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업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배터리 교환’ 등의 미봉책에서 그치는 게 아닌 ‘전량 신제품 교환’을 택한 것은, 앞으로 경쟁업체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들이 삼성전자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리콜 조치에 대해 이미 구매를 한 소비자는 물론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도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생산된 노트7은 250만대 이상으로 삼성전자가 전량 신제품 교환으로 감수해야 하는 영업손실은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고객은 “배터리만 교환해준다면 사용하는 내내 찝찝했을 것”이라면서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준다는 얘기에 확실히 ‘대기업 제품’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되더라. 이런 대응이 기업들에게 유행처럼 번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지가 중요한 대기업들은 과거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덮으려고 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량 리콜에 나선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일부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 사이에서 국내와 미국 갤럭시노트7 구매자 간 신제품 교환 일정 차이 등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한국보다 먼저 미국에서 신형 갤럭시노트7로 교환에 나서면서 ‘내수 역차별’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출시 국가별 재고 여부에서 발생하는 차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별 부품수급 상황에 따라 국가별 교환 일정이 차이나는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미국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상품권과 신용전표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구매처가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량 교환 배경은?
이번 결단의 배경에는 고동진 사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배터리 교체로 리콜을 진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익명게시판에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세요. 내 PS(성과인센티브)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무선사업부의 한 엔지니어였다. 이 글은 조직 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고동진 사장의 댓글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고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사업부장으로서 문제를 유발하게 한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러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최종적인 몇 가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선사업부로 거듭나겠다”는 글을 올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긴급브리핑 당일까지도 사실 무선사업부의 품질담당 임원이 기술적인 차원의 브리핑을 하는 방안이 유력했다”면서 “하지만 고 사장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겠다’고 하면서 발표자가 급히 바뀌었다. 이런 적극적인 대응은 타사에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