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특혜 의혹 ‘한성기업’, 자녀회사에 일감 ‘빵빵하게’ 지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게맛살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이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 지인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성기업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극동수산의 총 매출은 모두 한성기업과의 내부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극동수산은 한성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일요서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한성기업이 계열사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계열사인 한성식품은 지난해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감은 전부 한성기업으로부터 나왔다.
이 회사의 지분은 극동수산(38%), 한성기업(37%), 임우근 회장(8%), 임 회장 동생인 임범관 한성크린택 대표(5%), 박정숙 씨(12%)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인 한성수산식품 역시 지난해 298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전부 한성기업 안방에서 나왔다. 한성수산식품은 한성식품(34.94%), 극동수산(30.00%), 한성기업(9.75%), 임 회장 외(24.94%), 기타주주(0.38%) 등 지분 100%인 회사다.
또 다른 계열회사인 극동수산의 지난해 매출은 153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152억 원이 한성기업을 상대로 올린 매출이다. 연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회사들이 한성기업이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알짜회사로 통하는 셈이다.
재계는 한성기업의 이런 내부거래를 두 자녀의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극동수산은 한성기업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임 회장의 두 자녀 임준호 한성기업 전무이사와 임선민 한성수산식품 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자제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내부거래로 회사의 덩치를 키운 뒤, 회사를 매각하거나 상장하는 방식은 잘 알려진 경영 승계 방법 중 하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승계 방법이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배당으로 현금을 마련하거나, 기업을 되팔아 승계에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임 회장이 고령인 데다, 극동수산 지분을 두 자녀가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봉차이 왜?”
한성기업을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직원들은 이 회사를 어떻게 평가할까. 대체적으로 여성들은 좋은 평가를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거 이 회사를 다녔던 전 직원 A씨는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여직원은 정말 소수였으며 진급이 남직원보다 훨씬 어렵다”면서 “정규직으로 들어왔다가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돌린다는 얘기까지 돌았었다”고 밝혔다.
A씨는 실제로 결혼해서 다니는 사람 본 적이 없었으며, 이런 현실 때문에 자신도 퇴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성기업을 두고 여성이 다니기 힘든 직장이라는 얘기는 기업평가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에서 한성기업의 기업리뷰를 보면 ‘결혼 안한 여직원들이 다니기에 좋은 회사’, ‘출산 및 육아휴직 거의 없음’ ‘결혼한 여자들이 다니기엔 좋지 않은 인사제도’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3000만 원이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은 식품부문의 경우 남직원의 평균연봉은 3900만 원이다. 하지만 여직원의 평균연봉은 2100만 원에 불과하다. 기타직도 남성은 5200만 원, 여성은 3200만 원으로 2000만 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외부문은 남성 3400만 원, 여성 3100만 원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기간제 근로자 전체(남)는 선원이며, 성과급의 지급시점에 따라 급여총액의 변동이 크다’고 이 회사는 설명하고 있다. 해외부문 남성 연봉이 훨씬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최근 여성인력의 결혼 및 출산에 대한 반강제적 부당 행위로 비난을 받는 회사들이 많다”면서 “주 소비층인 주부들을 상대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여성인력에 대한 처우에 차등을 두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요서울은 이 회사의 승계 작업이나 여성들의 부당한 처우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실에 전화를 걸었다. 한성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결혼 후 계약직 전환에 대해 “아주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만 현재는 없다. 지금도 홍보실에는 임신한 직원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남·여 직원 연봉차이의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아직 다 묻지 못한 질문들이 있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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