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에 홍두깨”…호우특보 긴급 문자 100통 폭탄
부산시민 2만명에 한밤 긴급 문자 100통 폭탄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지난 2일 자정 부산에 호우특보가 내려졌다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안전문자가 부산 시민 2만여 명에게 무려 100통이 넘게 보내진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처는 울산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늑장 문자를 보내는 등 기본적인 긴급 재난 알림에도 실수를 반복하며 국민불안처가 아니냐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2일 기상청으로부터 부산 일대에 호우 특보가 발령된 사실을 팩스로 전달받고 3분후인 오후 11시 2분에 기상청으로부터 팩스로 관련 보고를 전달받아 3분 뒤인 오후 11시 5분 부산 일대에 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터졌다. 한 통신사의 특정 기종(LGU+ 2G) 가입자 2만여 명에게 이 문자가 수십 번에서 100여 번까지 전송된 것이다.
때문에 부산 시민들은 호우특보가 아닌 폭탄 문자 알림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에 대해 안전처는 4일 “최근 외국어 지원 기능이 추가된 재난 문자 전송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는데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고 했다.
반면 SK텔레콤 2G 폰 가입자 5만여 명은 재난 문자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 SKT는 안전처의 재난 문자 전송 시스템에 문제점이 생겼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발송 자체를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처는 “오류는 자체 테스트를 거쳐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재해에 대처하는 정부 부처다. 안전처는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재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같은해 11월 출범했다. 소방본부와 해경 등을 산하에 두고 있으며, 올해 예산은 14조여 원이다. 하지만 지진·태풍·감염병 등 다양한 재난을 모두 맡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 때는 ‘감염병 전문의’ 한 명 없는 안전처가 어떻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느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당시 국민안전처가 안전신고와 안전교육 활성화를 주제로 창작뮤지컬을 공모한다고 밝히자 재난·안전전문가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전에 쓰여질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에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소방관들은 예산 부족으로 구조현장에서 목장갑을 쓰는 마당에 황당한 정책”이라며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놓고, 공모한 정책은 헛웃음밖에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구조적인 문제 말고도 간단한 재난 경보 알림에서도 실수를 되풀이한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안전처는 지난 7월 5일 밤 울산 동쪽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고도 18분이 지나서야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심지어 발송된 문자 내용에서도 지진 발생일이 ‘5일’이 아닌 ‘4일’로 적혀 있었고, 울산·경남 일부 지역에선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폭주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지 보름이 넘어서야 예방 수칙을 담은 긴급 문자를 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찬오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1978년에 창설된 미국의 FEMA(연방재난관리청)도 지금과 같은 재난 대응 관리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20년 이상 걸렸다”면서도 “문제는 안전처가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응해 나갈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와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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