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계속되는 노사갈등
직원성과보상금 지급 의무 차일피일 연기돼 갈등 일어
MDM 앱 설치 시행으로 대립…사 측 “근거 없는 주장”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KB국민카드와 KB국민카드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 사사건건 의견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KB국민카드와 노동조합은 2015년 한 해 동안 3546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이익 분배 과정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또 KB국민카드는 스마트폰용 보안프로그램을 직원들의 개인 폰에 설치하도록 안내했다가 노동조합으로부터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려 한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일요서울이 이들의 갈등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KB국민카드와 노동조합은 올해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무금융노조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국회간담회’에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간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카드와 노동조합은 초과이익 분배금 발생 시, 이를 직원들에게 성과급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윤웅원 사장으로 교체된 후 합의 내용이 전면 백지화 됐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경영 목표의 80%를 초과한 3546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해 성과보상제에 따른 직원성과보상금 지급 의무가 발생했다. 그런데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임원들에게만 8억 원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나머지 직원들에겐 마냥 기다리라고만 했다”고 밝혔다.
또 “KB국민카드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요구에 대해 오히려 성과연봉제 확대안을 받아들이면 시행하겠다는 말만 한다”면서 “충분한 지급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지급을 미루면서 성과연봉제를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조합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계열사 경영 개입 때문에 이익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윤종규 회장의 간섭으로 인해 KB국민카드는 사실상 모든 사안에서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들은 2014년 9월 당기순이익 목표대비 80% 이상 달성할 경우 2% 재원 범위 내에서 PS를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올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KB국민카드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3546억 원으로 전년(3331억 원) 대비 215억 원 늘었고 영업이익도 전년(4389억원)보다 351억 원 증가한 4740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시간이 다소 지체되다 보니 이를 두고 결산이 끝났는데 지급이 늦어지는 이유가 성과급 지급액을 줄이기 위한 시간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일부 경영진의 경영간섭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분배금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KB국민카드와 노동조합은 사소한 경영방침 등에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통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요구해 불만이 새어나온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들어 사내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MDM 앱을 설치하라고 직원들에게 안내했다. MDM이란 모바일 디바이스 매니지먼트(Mobile Device Management) 약자로, 정보유출방지와 보안을 위해 활용하는 보안 솔루션이다.
모바일 기기 도난, 분실 시 원격으로 통신기지국망 등을 이용해 단말기 잠금, 데이터 삭제, 펌웨어 업데이트, 앱 설치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해당 앱은 스마트기기를 원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할 수 있고, 분실한 스마트기기를 잠그거나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제품 특징 때문에 노동조합은 MDM 설치는 과다한 사용자 단말기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어 사용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은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MDM 설치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시행 안내문에 ‘MDM은 자율에 의해 설치하는 것’이라는 문구 바로 옆에 ‘전 임원과 본부 부장은 설치 완료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압박용 문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말로는 MDM의 설치가 표면상 자율이라고 하지만 고위 임원들이 다 설치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고, 예를 들어 부서장이 설치했다고 하는데 일반 사원이 눈치보여서 버틸 수 있겠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앱 기능 중 사진촬영이나 녹음 등만 제재를 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 사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KB국민카드는 노동조합의 주장 대부분은 ‘가능성’에 대한 것이나 ‘가정’에 의한 것으로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의 한 관계자는 우선 MDM 설치에 대해 “나도 조합원인데, 설치하지 않았다”면서 “분명 자율성이 주어졌는데 무엇을 강요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기능에 대해서는 “모두 알다시피 2014년 카드사 정보유출을 사건이 벌어진 뒤, 보안을 강화해왔고 MDM 설치도 그 일환”이라며 “강제적으로 설치할 의무도 없는 데다 기능도 위치추적이 아니라 회사 내 사진촬영, 녹음만 통제를 하는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 앞서 KB국민카드는 이익초과금 분배와 관련해서 임원들이 받아간 성과급은 초과이익분배금과 상관이 전혀 없는 보상이라는 견해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또한 PS지급과 관련해 노사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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