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왜 이 시점에 정권재창출을 거론했을까?

“차기 政權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

2016-09-02     송승환 기자

측근들 “그런 얘기 거론한 적 없어”, “와전돼도 많이 와전된 얘기”

결국 해프닝이었다는 얘기냐?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최근 이명박(74) 전(前)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론 보도가 정치권에 파장을 낳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말을 최근 들어 누누이 했다고 핵심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의 개인 사무실인) 강남 대치동 슈페리어 타워에는 모든 정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보도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두우(59)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도는) 사실무근이다. 지금 단계에서 내년 대선(大選)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다”라며 발언 사실 자체를 일단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론을 보도한 이 매체는 또 이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반기문(72) UN 사무총장과 김무성(64) 전 새누리당 대표, 오세훈(55) 전 서울시장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총장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저울질하고 있다. 저울질이란 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당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본다는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 매체는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히 갈러선 반박(反朴) 세력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박 대통령이 임기 중 단 한 번도 ‘역할’을 맡기지 않은 데 따른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 보도에 대해 정치권은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차기 대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롯데그룹이나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의 최종 종착지가 전 정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친이계(親李系) 측의 움직임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오(71) 전 의원이 개헌을 위한 신당 창당을 공론화했고, 정의화(67) 전 의원도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그의 발언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두우 前 수석 “너무 빠르다”

하지만 보도에 대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넌센스이고 너무 빠른 보도’라며 발언 내용을 부인했다. 이하는 최근 한 언론과 김두우 전 수석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

- 이 전 대통령은 보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

▲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느냐며 언짢아 하셨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도 하셨다.

- 보도에 소개된 발언을 보면 현 정부에 대한 섭섭함,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 그런 게 느껴진다.

▲ 다들 느끼는 바가 있고, 생각들이 있지만 사적으로 하는 얘기지, 지금 단계에서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다.

-실제로 내년 대선에서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나.

▲ 글쎄. 전직 대통령의 발언이 주는 정치적 의미, 그런 걸 생각하면 말씀을 하실 수는 있다고 보지만, 지금 단계에서 대선 운운하는 건 너무 빠르다.

- 보도는 소설(小說)로 보면 되나.

▲ 소설은 아닐 것이고,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했으니 보도가 됐을 텐데, 우리가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조사해봤지만 그런 발언을 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측근이라고 하긴 좀 그런 사람,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자신의 생각을 담아 과장해서 한 게 아닐지 추정된다.

입지 좁아진 親李系, 정치적 활로 모색 중

박근혜 정부 들어 친이계 인사들의 정치적 입지는 많이 좁아졌다. 친이계 좌장으로 통하는 이재오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59) 전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 후 3등으로 낙선했다.

더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롯데 그룹 수사나 대우조선해양 수사 등도 친이계 측으로서는 불편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영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제3지대 정계 개편설의 한 축에 친이계가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개헌을 위한 신당 창당을 공론화한 이재오 전 의원, 새누리당 복당(復黨)을 하지 않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친이계와 김무성 전 대표 등 새누리당 비박계, 국민의당과 손학규(68) 전 대표 등이 제3지대에서 모인다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54) 의원의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52)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도 중도 정당을 추구하고, 정 전 의장도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고자 한다. 국민의 당도 새로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태규 의원은 이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 前 대통령에게 박한 국민 평가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정치권은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조사한 역대 대통령 평가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44%로 가장 높았던 반면,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에 불과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가장 잘못한 일이 많은 대통령(64%)으로 꼽혔다. (한국갤럽 2015년 8월 4일~8월 6일 조사, 전국 1000명 대상, 휴대전화 RDD 전화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7%)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이나,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는 박하다. 대우조선해양과 포스코 부실 등에 대한 책임론도 여전하다. 이 전 대통령이 나설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친이계의 소외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역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 이 전 대통령”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