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출 여의도패트롤 7] 국정감사 민생국감으로 거듭나야

2016-09-02     일요서울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여야간에 잠정 합의를 보았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난 여름부터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준비에 돌입해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다.

추석연휴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국정감사에 목을 맬 것이다. 이처럼 국정감사는 의원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의정활동의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국감이 끝나면 각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국정감사 우수의원들을 선정하여 발표하기 때문에 의원실의 입장에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국정감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로 행정부 감사·감독을 체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정운영 전반에 관하여 그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입법 활동과 예산심사를 위한 자료와 정보를 획득한다.

나아가 국정에 대한 감시·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시정 요구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대표적 기능인 입법기능과 예산심사기능 및 국정통제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의회에서는 국정조사 제도를 통해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상설소위원회별로 국정조사를 위한 청문회(hearing)를 활용하여 상시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유신 시기 폐지, 6.29 이후 16년 만에 부활

국정감사가 행정부 견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됨으로써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는 국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48년 제정헌법과 제2·3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있었으며, 이를 뒷받침하여 국회법 제정 당시에도 국정에 관하여 조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었고 국정감사법도 제정(1953.2.4.)하였다.

그러나 유신 시기인 1972년 제4공화국에서는 헌법과 국회법에서 국정감사 조항을 삭제하였고, 국정감사법도 폐지하였다. 국정조사권에 대해서는 1975년 7월 제9대 국회에서 국회법에 법적 근거가 다시 마련되었고,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에서 헌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국정감사는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헌법에 근거를 두었고, 13대 국회에서 16년 만에 부활되었다.

이처럼 우여와 곡절을 겪은 국정감사 제도도 그 운영상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먼저 시기와 관련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국정감사 기간이 예산안 및 법률안 심사와 중복되어 국정감사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2012년 국회법을 개정하여 정기회 이전까지 30일의 기한으로 국정감사를 완료하도록 하는 상시국감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아직 이 일정이 지켜진 적은 없다.

대상기관과 관련해서도 20일이라는 단기의 법정 기간 내에 500개에 가까운 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게 되어 피감기관당 투입할 수 있는 인력에 한계가 있다. 소관기관이 많은 위원회는 감사일정 상 주마간산식 감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로서는 많은 기관을 국회 국정감사의 손아귀에 넣어 두려는 욕심을 낸다.

 그러다 보니 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중앙의 정책형성기관 외에도 본회의에서 별도로 승인을 받아 대상기관으로 정하는 하부의 단순 정책집행기관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이들 기관에 대한 감사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단순정책집행기관에 자원을 지나치게 많이 배치함으로써 국정감사가 행정부의 정책 형성을 감시하는 정책감사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 진행과정의 문제도 늘 지적되는 사항이다. 정책지향적 감사보다는 감사 시점의 현안 이슈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흐르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사가 행정부 대 국회의 견제구도라기 보다는 정부여당 대 야당의 대결구도로 변질하여 정쟁의 도구가 되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감사 당시에는 훈계로 그치고 사후조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단골메뉴다.

피감기관 부실자료, 증인 불출석, 위증 ‘횡행’

그러나 국정감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부의 협조가 중요하다. 부처에서 자료제출을 미루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면 의원들로서는 제대로 된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 출석증인의 위증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정감사 당시의 시정요구에 대한 이행부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감사가 끝나면 정부는 의원들의 지적사항에 대한 처리결과를 종합하여 이듬해 2월까지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에서 사후결과를 관심있게 살피지 않으니 행정부로서도 ‘논의하였으나 입법에 반영되지 못하였다'거나 ‘향후 정책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라는 답변이 많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내용이 해마다 재탕 삼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적사항에 대한 행정부 이행상황의 지속적 감독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인 국정감사가 국회 전체 일정 중에서 성공적으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제도가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결산심사, 국정감사, 예산심사의 일정은 입법과 재정을 둘러싼 국정운영의 주체로서 통합적 정보에 입각한 의정활동이 가능하도록 배치한 것이다.

전년도 결산과 당해년도 국정감사를 일관성과 연속성의 관점에서 국정운영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이 민생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과제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꼼꼼히 챙겨 정책으로 피드백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국감만은 정쟁이 아닌 민생국감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현출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