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충청권 대망론 ‘활활’, ‘반기문 대안론’ 부상

2016-09-02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대망론’이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에 그쳤던 충청도지만 2017년 대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기운이 싹트고 있다. 특히 야권보다는 집권 여당에서 ‘충청 대망론’ 불을 지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있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데다 집권 여당 주류에서 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청 대망론’을 설파하는 집권 여당 내 충청도 출신 의원들조차 ‘포스트 반기문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충청 대망론’의 실현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수 교체’를 해서라도 ‘충청 대망론’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 친潘인사, “반기문 대망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라”
- 영남 대권주자 잃은 與, 호남 잃은 野…충청 ‘동상이몽’

역대 대선에서 권력은 영호남이 나눠먹는 분배구조였다. 중부권 대망론, 충청대망론 등이 때마다 나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 분위기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영호남 패권주의에 맞서 ‘충청대망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충청대망론을 이어갈 여당 주자로서 충북 음성 출신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충북 진천이 고향인 정우택 4선 의원이 잠룡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충남 논산이 고향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단연 앞서 있다. 이 밖에 정치권 외곽에 있는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운찬 전 총리도 잠룡으로 구분되고 있다.

2002년 ‘영남후보에서 영남후보 교체’ 반면교사

‘친노’인 안 지사의 경우 야권 ‘부동의 1위’이자 친노 대표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차별화를 가져야 하고 ‘비문’ 주자인 김부겸, 박원순 시장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정운찬 전 총리의 경우 아직 ‘당적’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행이 점쳐지고 있다. 역시 조직과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에 상당히 뒤져 있다는 점에서 ‘충청권 대망론’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과제가 수두룩하다.

반면 집권 여당 발 ‘충청권 대망론’은 야권보다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 중심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현재까지 여야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위인 문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류인 친박까지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여당 내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충청권 대망론’을 어느 때보다 크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하지만 ‘반기문 발 충청권 대망론’이 커질수록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 총장이 중간에 낙마할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2002년 대선에서 ‘영남후보 김중권 경선 패배 후 영남후보인 노무현 후보 대안론’을 제시한 DJ식 정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충청권 출신 인사들의 인식이다.

DJ는 임기 3년차에 접어든 2000년 2월 후계 논의를 개방했다. “같은 조건에서 경쟁시켜 나(DJ)로부터가 아닌 국민 지지를 받는 사람이 민주당 후보가 되도록 하겠다” “당 중진들이 차기 대권 도전 선언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이에 당시 노무현·이인제·정동영·한화갑·김중권·김근태 등이 참여한 국민경선이 흥행 성공을 이뤘다. 당초 동교동계는 영남 출신인 김중권 후보를 내심 지지했지만 실패하면서 노무현 후보로 선회해 극적인 승리를 이뤘다.

이에 충청권 인사들 역시 ‘권력의지’나 ‘검증’이 안 된 반 총장이 중도에 하차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할 것을 대비해 ‘반기문 대안론’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우택 의원이 있다. 청주 상당이 지역구이자 4선인 정 의원은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더좋은나라전략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우택·정진석·성일종·도영심 잦은 접촉 왜

그는 같은 4선인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여권 내 충청권 최다선 의원으로 그동안 당 대표 등 선출직 출마에 일절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정 의원은 평소 공개석상에서 “충청권 혹은 중부권 대망론이 영호남 패권주의를 끝낼 수 있다”고 설파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해수부 장관에 발탁됐고 이원종 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충북지사를 역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당 대표시절로 대표가 직접 영힙해 충북지사 공천에 영향력을 줄 정도로 박 대통령과 관계도 나쁘지 않다. 정우택 의원은 ‘4선-광역단체장-장관’을 역임해 ‘트리플 크라운’을 이룬 몇 안 되는 인사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충청권 대망론에 동의하는 당내외 인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반기문 대안론’도 설파하고 있다. 모임에는 친반 인사인 정진석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도영심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이사장이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 대망론’이 소신인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과 특별한 인연으로 새누리당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주미 정무공사(92년~95년)이던 반 총장을 취재원으로 만났다. 무엇보다 반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서 3년 동안  거주하면서 친분을 쌓아 24년 동안 연을 이어가고 있다.

‘충청권 대망론’을 주장하고 있는 도 이사장 역시 반 총장과 친분이 깊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도 이사장은 반 사무총장이 방한한 지난 5월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하도록 다리를 놓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정가에서 유엔과 업무 연관성이 높은 일을 하면서 각별안 사이가 됐고 도 이사장이 반 총장에게 경북 안동 하회마을 방문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 이사장의 남편(권정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이 안동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다. 반 총장은 올해 3월 도 이사장이 유엔본부에서 ‘모든 여성과 아이들’ 캠페인을 개최했을 때 직접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성일종 의원의 경우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친동생이다. 성 의원은 반 총장과 생전에 돈독한 관계를 맺었고 평소 ‘반기문 대망론’을 설파하고 다녔다. 지난 4.13 총선 직후에는 김종필 전 총재를 방문해 ‘반기문 총장이 고향에 금의환향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기도 해 향후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핵심 요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충청 대망론 ‘탈지역 패권주의 현상’도 한몫

정 원내대표와 반 이사장은 ‘반기문 대망론’을 통해 ‘충청권 대망론’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우택 의원은 장외인사인 반 총장의 ‘대망론’이 자칫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충청권 대망론’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충청대망론’이라는 큰 틀에서 동의해 수시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충청권 대망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충청권 잠룡군이 주목받는 데에는 탈 지역적 사고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남을 텃밭으로 하는 새누리당의 새 대표에 호남 출신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대구에서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당선됐다는 점 역시 지역 패권주의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총선에서 영남 출신 잠재적 대권 주자를 잃은 새누리당과 호남을 잃은 더민주당에서 수도권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충청권 대망론’에 높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