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맥주 시장…해법은?

국산 맥주의 경쟁력 약화 대책 마련 시급

2016-09-02     오유진 기자

국산 맥주의 판매 부진…불필요한 규제 때문

제조원가 세금과 무관해져야 맥주 개발 쉬워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국산맥주가 ‘밍밍하다’, ‘특색 없다’는 악평이 잇따르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 맥주시장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맥주업계는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내놓고 있지만, 원가를 맞추기 어려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맛으로 승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이유다. 반면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개인사업자들은 독과점과 시설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국내맥주의 경쟁력 약화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전부터 해외에서 마신 맥주의 맛을 예로 들며 국내맥주의 맛에 대해 의문점을 표출했다. 과거 국내 맥주의 맛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은 에일 맥주와 흑맥주 등을 마시기 위해 서울 이태원 근교 등에 있는 수제 맥줏집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불만이 높아갈 때쯤 2011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수입맥주를 찾는 빈도수가 점점 높아졌다. 이에 수입맥주 수입량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며 2014년 수출량을 넘어섰다. 또 전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도 8.4% 차지하며 국내 맥주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2012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제목에 기사가 게재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다니엘 튜더 기자는 “한국 맥주가 맛없는 이유는 규제와 과점 때문”이라며 국내 맥주업계의 문제점을 꼬집었고 이를 접한 소비자들은 물음표가 점점 불신으로 바뀌었다.

수입 맥주 소비가 빠르게 늘자 위기감에 빠진 정부는 국산 맥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30일 맥주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장분석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공정위와 국세청, 기재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고 공정위는 한국 맥주가 뒤떨어진 이유를 정리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문제점은 시설·유통망 규제, 종가제 세금, 가격 결정 구조였다.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해

연구를 맡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국산 맥주의 부진은 생산시설과 유통망, 가격 등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공청회에서 “국산 맥주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규모 맥주 사업자를 구분하는 제조시설 기준 요건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일반 맥주 사업자는 발효조 25kL 이상, 저장조 50kL 이상 설비를 갖춰야만 면허를 딸 수 있다.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맥주시장이 과점 체제로 굳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맥주 시장은 OB, 하이트 진로가 국내 맥주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롯데 등이 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진출했고 법률 개정으로 소규모 크래프트 브루어리(수제 맥주 양조장)이 낮아진 주세로 인해 많이 생겨나면서 독과점 체제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맥주 맛 하락의 영향은 두 대기업의 시장 양분화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시장의 독과점 문제는 제품 개발의 의욕 하락에 있다. 제품개발에 드는 비용을 영업비용으로 자연스럽게 돌리게 되고 제품 개발보다 매출 신장에 더 큰 효과가 있는 영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주업계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들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맥주를 만들면 비싸진다”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돌리고 있다.

국내 맥주 업계는 높은 주세에 문제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원재료 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출고가를 올리려면 주세를 담당하는 국세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맥주는 물가지표에 이용되는 품목으로 맥주 출고가를 조금만 올려도 높은 주세 때문에 가격은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세청은 꾸준히 출고가 인상을 불허했고 그 결과 몰트나 홉등의 재료 사용량이 줄어든 것이 맛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국내 생산 맥주는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알코올 비중을 높게 발효한 뒤 물을 타서 4.5% 정도의 알코올 비중으로 만들어 출고한다. 알콜 도수를 높게 발효한 뒤 물을 타서 출고하는 방식인데 독일처럼 맥아 비율이 100%라고 해도 맥주가 맛없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맥주사업의 돌파구

국내맥주사업의 돌파구가 위에서도 언급됐던 ‘대동강 맥주’처럼 생산하면 국내 맥주시장이 호황을 맞이할 수 있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대동강 맥주의 경우 영국 양조장을 통째로 들여온 덕분에 화제를 모았다. ‘어셔’라는 회사의 양조장 문짝과 바닥 타일, 변기 뚜껑까지 모두 들여온 덕분에 짧은 기간이지만 우수한 맛을 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국내 맥주 제조업계 역시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 제도개선을 통한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진은 세금 부과 기준을 ‘출고가’에서 ‘생산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제조원가가 세금과 무관해져야 고급 원료나 용기를 사용한 프리미엄 맥주 개발이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치맥, 소맥 등 맥주자체의 맛보다는 다른 주류나 안주의 맛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수의 맥주업체들은 트렌드에 맞춘 품질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정확히 관통해서 해결해 나간다면 국내 맥주사업 역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oyjfox@ilyoseoul.co.kr